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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3일 연중 제18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03 조회수719 추천수9 반대(0) 신고
 

8월 3일 연중 제18주일 - 마태오 14,13-21

 

“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다.”,


<측은지심의 하느님>


   사람이 꽤 ‘괜찮은’ 한 연예인을 가까이서 뵌 적이 있었습니다. 빡빡한 스케줄 가운데서도 마음이 얼마나 착하고 관대한지 깜짝 놀랐습니다. 정기적인 출연을 소화하기에도 벅찰텐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각종 자선바자회, 음악회, 자원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습니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시간이 허락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하러 간다는 말에 얼마나 존경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또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듯 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 여유 있는 휴식시간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어디든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니 아는 채 하니, 당연히 행동에 제약이 따르겠지요. 속상할 때도 많답니다. 동물구경 하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고, ‘어린 것들’도 예의 없이 함부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댄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늘 환한 미소를 달고 다니니 대단했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대하고 웃어주는 등 일일이 ‘제대로’ 응대하는 모습이 보기 정말 좋았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생활이 본격화되면서 예수님 역시 여유 있는 개인적인 삶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 마다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군중들은 어떻게 해서라고 예수님 가까이 자리 잡기 위해서 목숨 걸고 경쟁했습니다. 군중들은 어떻게 해서든 예수님 손 한번 잡아보려고 난리였습니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치유를 원하면 치유를, 구마를 원하면 구마를, 안수를 원하면 안수를, 먹을 것이 필요하면 먹을 것을, 재미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렇게 반복하셨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 예수님의 심신은 지쳐만 갔습니다. 거의 탈진 상태에 도달한 예수님께서는 ‘이러다가 큰 일 나겠다.’ 싶어 억지로라도 휴식시간 찾으십니다.


   잠시 틈이 나자 예수님께서는 ‘잽싸게’ 군중들을 따돌리십니다. 군중들을 피해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십니다. 한숨을 돌린 예수님께서는 ‘이제야 조금 쉬게 되었구나.’ 하셨는데, 결코 그게 아니었습니다.


   호수 반대편으로 배가 가까워지면서 육지를 바라본 예수님께서는 ‘어쩔 수 없구나.’하고 포기하셨습니다. 왜냐하면 호수 건너편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군중들이 모여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다는 낌새를 즉시 알아차린 군중들이 선수를 친 것입니다. 사람들은 육로를 따라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호수를 직선으로 건너가는 시간보다 육로를 따라 호수를 돌아오는 시간이 훨씬 길텐데...사람들은 이미 예수님에 앞서 도착해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시던 동안 있는 힘을 다해서 뛰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예수님 당신을 만나기 위해, 당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간절한 소망 한 가지 이루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온 군중들 앞에서 예수님의 마음은 측은지심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파김치가 된 예수님이셨지만, 그 측은한 군중들 앞에서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목활동을 다시 시작하십니다. 병자를 치유시키십니다. 마귀를 쫒아내십니다. 당신을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해 쓰러질 지경인 사람들을 위해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측은지심의 하느님입니다. 당신 백성의 고초를 결코 외면할 수 없으신 연민의 하느님이십니다. 병고에 시달리고 죽어가는 형제의 슬픔 앞에 함께 눈물 흘리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그 측은지심을 우리가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나날이 피로와 스트레스로 힘겨운 나날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가엾은 우리 이웃들에게 다가서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11번 / 주여 나의 몸과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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