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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제를 통해 모친과 상봉하는 이청준씨 / 이현철이냐시오 소장님
작성자신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02 조회수515 추천수8 반대(0) 신고

축제를 통해 모친과 상봉하는 이청준씨

 

  십자가를 안테나로!

  매일 모친이 계시는 병실을 방문할 때마다 늘 만나게 되는 60대 아저씨가 한 분 계십니다. 그분은 교통사고로 2년 전에 병원에 입원한 80대 노모를 매일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는데 한번은 회진을 도시던 담당 의사선생님께서도 감탄하시며 그에게, “선생님은 정말 '효자상'을 받으셔야겠습니다!”라고 칭찬을 하시자 그는 매우 부끄러워하며 “저는 어릴 때 모친으로부터 '밥상'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고 대답하여 병실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소개한 효자 아저씨 못지않는 ‘효자 소설가’ 한 분이 며칠 전에 타계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그는 소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벌레 이야기’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 이청준씨인데 그의 소설 ‘서편제’, ‘축제’, ‘천년학’ 등을 영화한 임권택 영화감독과 드라마 '눈길' 속에서 그의 어머니역을 맡았던 배우 고두심 씨 등 많은 분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와하며 지금 조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설가로서 성공한 그는 늘 겸손하게 “나의 소설의 기둥은 어머니”라고 모든 칭찬을 모친께 돌렸고 또 그의 모친 장례식을 계기로 소설 ‘축제’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요즘 한국 노인들이 자식 특히 자기 아들들에게 학대를 받고 있다’는 끔찍한 통계가 보도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지금 연로하신 부모님께 여러 가지 형태로 효도를 다하고 있는 아저씨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또 소설가 이청준씨도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 축제(장례식)를 통해 천상의 모친과 극적 상봉을 하게 되리라 믿으며 오태진님의 ‘이청준과 어머니’ 그리고 영화 ‘축제’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이청준과 어머니>


  1954년 이청준이 고향 장흥을 떠나 도회지 중학교로 유학가기 전날 이청준 모자는 개펄로 나갔다. 홀어머니는 몹시도 가난했지만 아들을 맡아 줄 친척집에 빈손으로 보낼 순 없었다. 모자는 막막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한나절 게를 잡았다. 이튿날 이청준이 긴 버스길 끝에 친척집에 닿자 게들은 상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친척집 누님이 코를 막고 게자루를 쓰레기통에 버렸을 때 이청준은 자신이 버려진 듯 비참한 마음이었다. 궁색스런 게자루와 거기 함께 담겨 버려진 어머니의 정한(情恨)은 두고두고 이청준의 삶과 문학의 숨은 씨앗이 됐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깊은 삶의 비의(悲意)와 문학의 자양(滋養)을 얻었고 당신의 삶을 빌린 글들을 쓰면서 많은 것을 깨우쳤다"고 했다. 이청준 문학의 출발점은 고향, 어머니, 불우한 유년이 뭉쳐진 원죄의식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은 듯 남루한 원죄의식,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은 상징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가난에 치여 집까지 팔았지만 그 사실을 고향에 다니러 온 고교생 이청준에게 숨겼다. 어머니는 주인 허락을 얻어 내 집인 양 아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하룻밤 잠까지 재워 보냈다. 어머니는 신새벽 눈 쌓인 산길을 걸어 아들을 읍내까지 배웅하고 돌아선다. 눈길엔 모자가 걸어왔던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와 온기가 밴 아들의 발자국만 밟고 온다. 마을 어귀에 선 어머니는 갈 곳이 없다. 집이 없다. 이청준은 그 황망한 어머니의 사연을 십몇 년 뒤에야 알게 된다. 단편 '눈길'에 쓴 자신의 얘기다. 어머니는 아흔 넘겨 치매를 앓았다. 아들 이름도 잊은 채 "손님 오셨구마, 우리 집엔 빈방도 많으니께 편히 쉬었다 가시요" 하곤 했다. 이청준이 전한 "몸이라는 완벽한 감옥에 갇혀 계신 어머니" 얘기는 정진규가 시 '눈물'로 썼다.


  1996년 어머니를 보내드린 뒤 이청준은 임권택에게 어머니 상을 치르며 겪은 일화들을 얘기했다. 임권택은 그걸 영화로 만들자 했고 두 사람이 함께 소설과 영화로 쓰고 찍은 작품이 '축제'다. 이청준은 "내 소설의 기둥은 어머니"라고 했다. "소설을 쓰게 해주는 힘과 인연이 어머니에게서 비롯된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청준이 영원히 말리지 못한 젖은 옷 한 벌, 그의 정신의 피륙이었다. 그가 어머니에게로 돌아갔다.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니께 돌아왔습니다' (조병화 '꿈의 귀향'). (출처: 조선일보의 ‘만물상’>

 

                                                           

                                 <영화 ‘축제’>


  어느 날, 40대의 유명작가 이준섭(안성기 분)은 치매로 고생해 오던 팔순 노모의 부고를 전해받고 고향으로 향한다. 상가라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온 노모의 죽음을 슬퍼하지는 않는다. 이때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짙은 화장을 한 준섭의 이복조카 용순이 나타나자 상가가 술렁인다.


  한편 유명작가 준섭을 취재하러 내려온 문학잡지 장예림 기자가 준섭과 용순 그리고 가족들의 묘한 갈등을 눈치채고 그 비밀을 캐고 싶어 한다. 드디어 발인날. 용순은 장혜림 기자가 건네 준 준섭의 동화를 읽게 된다...


주: 이청준의 소설(원작)과 영화(동반창작작업) ‘축제’는 소설가인 이준섭이 노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팔순 노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여든 집안 식구들과 이웃들, 지인들은 망자의 생전 음덕과 30대에 청상이 된 며느리와의 해로, 치매로 인한 말년의 고통등을 회고하면서 묵은 갈들을 해소해 나간다. 그리고 '축제'는 정한과 아쉬움으로 얼룩지는 장례식이 고인이 남긴 삶의 지혜를 남아 있는 사람이 계승하는 뜻깊은 의식임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 고인의 '감응'으로 뒤에 남은 후손에게까지 이어진다고 전한다. 소설 ‘축제’ 속에서 '가거라, 가거라' 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어머니의 손사래질'이나, 부끄러움과 고통을 안으로만 잠가 내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인고의 상징물로써 '비녀'의 상징성은 소설 ‘축제’의 감동의 극치를 보여준다.


                               <말씀에 접지하기>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 25-27)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hompy.dreamwiz.com/hl1y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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