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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체성사는 비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13 조회수457 추천수6 반대(0) 신고

3일 연속 비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서 조금은 식상하고 지겨우시겠지만 또 저는 비를 주제로 이야기 합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아마 오늘까지만 내리고 내일부터는 날씨가 게일 거라 하네요. 비가 오다 말다 마치 장마철 같습니다.

비가 오는 것은 너무나 좋습니다. 밖에 나가면 피부에 쌩하게 와 닿는 물기와 찬기도 무뎌진 정신에 자극이 됩니다. 그런데 아주 고통입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커피 한 잔이 너무나도 간절해집니다. 아마도 금단 증상이겠지요. 지난 주일부터 마시지 않은 커피인데 흐리고 비가 오는 이런 날엔 정말 제 몸이 먼저 갈구하는듯 한 느낌을 받으니 저도 어지간히 커피라는 것에 중독이 되어 왔나 봅니다.

물을 끓이고 녹차를 우려서 한 잔 마시며 글을 씁니다. 커피가 줄 수 있는 그 알싸하고 자극적이며 향긋한 맛은 아니지만 녹차의 은근한 향과 맛에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성으로 욕망을 누르고 있습니다. 커피는 중추신경을 흥분하는 작용이 있어 마시면 뇌를 깨우고 심장이 빨리 뛰고 혈관을 수축하여 몸을 흥분 상태로 만듭니다. 일종의 자극제이지요. 물론 녹차에도 카페인이 있으나 다른 종류로 커피처럼 중추신경을 흥분하지는 않지요. 오히려 녹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온하게 합니다.

커피가 눈에 당장 보이는 나의 욕망에 대한 즉각적인 충족이라면 녹차는 자극적이지는 않으나 오랫동안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위로라고나 할까요?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망을 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해소하고 있습니다.

커피와 녹차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손쉽게 가지고 당장 결과를 눈에 볼 수 있는 일보다는 조금 어렵고 인내하는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것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통해 사랑하게 되고 또 지속되는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아마 후자가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심장도 더 두근거렸었나 봅니다. 이제 그렇게 두근거리던 심장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갑니다. 하지만 하루 중 제 심장이 제일 빨리 뛰는 듯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님의 몸을 모시러 나갈 때와 주님을 내 몸에 모셨을 때입니다. 주님을 내 몸에 모시고 조용히 영성체 후 묵상을 통해 다시 제 심장은 정상으로 돌아오고요. 이것이 아주 비정상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하느님 당신을 내 안에 모시고픈 강한 열망과 기대 그리고 이후의 감사의 마음이 아마도 제 심장박동을 통해 표현되는 듯합니다.

암튼 커피는 돌아오는 주일이 지나면 다시 마실 건데 그 양은 하루에 한 잔으로 꼭 제한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오늘은 제1독서에서 창세기 말씀 중 요셉이 형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죽음에 까지 몰리는 그런 억울한 일을 겪습니다. 요셉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그 단 하나의 이유 때문으로요. 그리고 복음말씀에서는 하느님께서 소작인들에게 보낸 종을 때리고 죽이고 돌로 치는 이스라엘 민족인 소작인들의 행태도 보여줍니다.

요셉의 형들과 소작인들은 아마도 비슷한 사람들인가 봅니다. 하느님과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생각들로만 가득차서 행동하는 사람들이겠지요. 거짓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다른 이를 진심으로 격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복음 말씀에서의 소작인인 바리사이 혹은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스라엘 민족은 대신 자신의 생각만으로 가득해서 크나큰 잘못을 저지릅니다.

신부님께서 그러셨어요. 바리사이들이 여태껏 행해왔던 자신의 잘못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미 자신들도 알아 보았던 주님을 더 거부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진리는 아무리 어둠이 가리고 있어도 빛이라는 속성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든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예수님 이 세상에 오셔서 많은 기적을 행하고 사랑을 보여주신 성공적인 교회의 모습을 어느 누가 알아보지 못했겠습니까? 하지만 거짓과 위선으로 살아 온 그들은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그 상황에서 주님께서 어떠한 심정이었을까 생각해보라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제가 신부님 강론 말씀을 듣고 구체적으로 저의 삶에 대입하여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거짓이 없는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생각도 행동도 말도 모두 거짓이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둘째 주님 안에 서로를 격려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도 하였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듯해도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격려를 통해 서로를 하느님께로 더욱 가까이 가게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제 생활에 실천하면 주님께서는 반드시 영광과 영화로 이끌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오늘 성체를 영하고 문득 성체는 내 상처를 씻는 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소하게 화를 내고 나쁜 감정을 가져서 내 영혼에 생긴 작은 상처들이 주님의 몸과 피를 통해 깨끗이 씻기고 치유됨을 느꼈습니다. 세상 만물을 깨우는 봄비가 오니 반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매일 매일 치유의 비로 제 마음에 오시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도 주님 친히 내려주시는 매일 매일의 비를 통해 혹 마음의 상처가 있으시면 그것을 치유하도록 주님께 맡기는 날이 되시길 빕니다. 글 읽어 주셔서 고맙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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