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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29일 야곱의 우물-요한 1,47-51 묵상/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9 조회수457 추천수1 반대(0) 신고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러자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이르셨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이어서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새벽 산책길에서 가끔 마주치던 노동자풍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 치히, 치히, 하는 큰 숨소리가 마치 구호처럼 들려 우스웠지만 우직하리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달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느 날 그의 오른팔에 깁스를 해 ‘ㄴ’자로 꺾여 있었다. 그 팔을 목에다 붕대로 걸어 매고 예의 구호도 없이 슬금슬금 달리는 게 안쓰러웠다. 혹 끼니 걱정은 안 할까? 부양가족이 많지는 않을까? 절로 쾌유를 비는 화살기도가 나왔다. 얼마 후 깁스가 풀린 그를 보자 하마터면 ‘축하합니다.’ 소리칠 뻔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새벽, 힘찬 군가와 함께 저만큼에서 그가 달려오는 걸 보았다. “…저희 죄를 요옹서어 하아시이고오….” 세상에나, 군가가 아니라 주님의 기도였다. 하필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의 다음 구절이었다. 속이 좁아 남을 용서하는 게 힘든 나는 매번 그 구절에서 걸렸다. 그의 뒤에 대고 속으로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건 바로 그에게 주님의 기도를 부르짖게 하신 분께 드리는 감사였다.

나타나엘이 “스승님은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하고 고백했을 때 나는 대뜸 그 중년 남자가 떠올랐다. 그라면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는 순간 망설임 없이 예수님을 고백했을 것이고 예수님은 그를 어여삐 보시고 나타나엘에게 하셨던 언약을 주셨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분을 당겼다 밀쳤다 변덕을 부리며 별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잠깐 우쭐했던 걸 고백한다. ‘혹 그 중년 남자가 몇 번의 화살기도 때문에 주님의 기도를 부르짖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드린 기도는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난호(서울대교구 구로1동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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