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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이 뿌린 씨앗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12 조회수524 추천수10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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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당 옆 텃밭에 제법 많은 것들을 심었다.
고구마, 상추, 미나리, 오이, 호박, 들깨, 파, 도라지,
옥수수, 부추를 심어서 심심찮게 밥 반찬에 올라온다.
 
주로 모종을 한 밭이지만
모종이든 씨앗이든 하기 전에 땅을 갈아 엎어야 한다.
나도 한 번 해 보았는데 땅 속에 웬 돌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엄청 많은 돌들을 골라내고 흙을 갈아 엎었다.
 
그리고 그 위에 퇴비와 비료를 뿌려서 흙과 골고루 섞어둔 다음,
며칠 지난 뒤 퇴비와 비료의 독성이 가신 다음에야
모종도 하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옥수수를 참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 밭에는 벌써 옥수수를 수확하기도 하는데
우리 성당 밭 옥수수는 가을걷이라서 입맛만 다시고 있다.
 
오늘 복음의 비유도 농사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비유 내용을 자세히 보면 씨 뿌리는 사람이 답답하단 생각이 든다.
어리석단 생각도 든다.
우리 성당의 텃밭 농사처럼,
땅을 잘 갈아서 씨 뿌릴 준비를 끝낸 다음에 씨를 뿌려야 하는데
그런 준비도 하지 않고 씨를 뿌린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길바닥에도 씨를 뿌린다고 한다.
사람들 발에 밟혀서 씨가 뭉개질 것이 뻔할 뻔자다.
게다가 바위 위에도, 또 가시덤불 속에도 씨를 뿌린다고 한다!
정말 농부가 맞는가 할 정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이 또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좋은 땅에 뿌려져서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 것이 핵심이긴 하지만,
우리 하느님은 좋은 땅이 아닌 곳에도 씨를 뿌리시고
그런 곳에서도 열매를 기대하신다는 사실이다.
 
사실, 하느님이 좋은 땅에만 열매를 뿌리는 분이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절망하고 말 것이다.
 
도데체 하느님 마음에 들만큼 좋은 땅이 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겠는가?
성인 성녀 중에도 처음부터 좋은 마음 밭을 지닌 분이 얼마나 될까?
그분들도 처음에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몰랐을 것이다.
어떤 성인은 세상적인 욕망에 푹 빠졌다가 회개한 분도 계시다.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었던 분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성모님도 아들 예수님이 하는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가슴에 묻어두면서
조금씩 깨달아 갔다고 하지 않는가?
 
하느님 앞에 잘 준비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아낌없이,
낭비스러울 정도로 아낌없이 씨를 뿌리신다.
그러면서 길바닥 같이 메마른 영혼에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싹이 트길 희망하신다.
 
그동안 우리는 좋은 땅이 되어서
30배 100배 열매 맺는 땅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땅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분은 길바닥에도 돌밭에도 가시밭에도 씨를 뿌리신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넓다.
오늘 1독서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하느님 입에서 나온 말씀이 바로 예수님이시다.(요한 1,1)
그분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뜻하는 바를 이루지 않고는
결코 그분께 되돌아가지 않는다 하셨다.
 
그 말씀대로 예수님은 당신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십자가 희생제물로 바치셨다.
예수님이 바친 십자가 제사가 바로 오늘
그분이 말씀하신 씨 뿌리는 비유와 관련되어 있다.
 
예수님의 사명은 잘 준비 되지 않은 땅에도 씨를 뿌려서
그 땅에서도 소출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예수님은 길바닥, 돌밭, 가시밭 같은 땅에서도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그 땅에 거름이 되기 위해 십자가 제사를 바친 것이다.
 
그분 스스로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
가시밭 같은 우리 마음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과 믿음이라는 열매를 맺게 해 주셨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이 뿌린 씨앗은,
결국 예수님 당신 자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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