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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12일 야곱의 우물- 마태 10, 4-33 묵상/ 하늘의 그물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12 조회수503 추천수3 반대(0) 신고
 
하늘의 그물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고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제자가 스승처럼 되고 종이 주인처럼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람들이 집주인을 베엘제불이라고 불렀다면, 그 집 식구들에게야 얼마나 더 심하게 하겠느냐? 그러니 너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에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마태 10,24-­33)
 
 
 
 
◆함께 사는 장애인들과 태안반도에 다녀왔다. ‘우리는 환경지킴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춘천에서 전북까지 새벽을 가르며 먼 길을 오고 갔다. 아름다운 해변이 검게 그을린 것을 보면서 둔탁한 짐을 얹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선거철이라 봉사자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는 주민의 말을 들으며 청년 봉사자를 따라 해변으로 나갔다.
 
참 아름다운 해변, 수천의 사람들이 여름을 즐긴다는 태안반도가 이제는 생계를 걱정하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곳으로 전락했다. 우리가 만들어 간 EM액을 바다에 붓고 돌을 닦으면서 너무나 미약한 우리 노력이 얼마나 보탬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장애인 가족은 자신들이 돌을 닦았으니 깨끗해질 거라며 다음에 이곳으로 캠프를 오자고 했다.
 
세상 곳곳에는 하느님의 신비가 감추어져 있다. 우주에 담긴 하느님의 마음, 풀꽃 속에 담긴 그분의 섬세한 손길처럼, 기름을 먹은 바위에서 푸른 이끼가 다시 돋아나는 것처럼 하느님의 숨결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심히 잊고 지낸다.
 
소명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나를 지으신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찬 이 세상을 그분의 뜻대로 되도록 함께하는 것, 작은 풀꽃에 담긴 섬세한 하느님의 사랑을 아는 것, 인간이 일그러뜨린 세상을 미력하나마 다시 복원하는 데 힘을 다하는 것,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을 격려하는 것,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외칠 수 있는 것….
 
이어령 씨의 수필을 보면 세상에는 인망·법망·천망이라는 세 가지의 그물이 있다고 한다. 사람의 그물도 법의 그물도 피할 수 있으나 천망, 곧 하늘의 그물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한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어둠이 빛을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기 마련이다.
 
지금 세상이 어둠 아래 있다고 해도 우리는 하느님의 섬세한 보살핌 아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생명을 살리는’ 부르심이 아닌가? 죽어가는 사람들, 생명을 살리라는 부르심. 우리는 서로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닐까?
기정희 수녀(춘천 밀알재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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