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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30일 야곱의 우물- 마태 8, 18-22 묵상/ 보금자리가 있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30 조회수465 추천수5 반대(0) 신고
보금자리가 있다!

예수님께서는 둘러선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그때에 한 율법학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마태 8,18-­22)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또 이사를 해야 하다니!’ 하고 제법 드러내 놓고 투덜거렸다. 최근 7년 동안 이사를 여섯 번 했고, 같은 집 안에서 방을 옮긴 것까지 계산하면 일 년에 한 번 꼴로 이사를 한 셈이다. 이사할 때마다 20년 전 첫 본당 부임지로 가면서 가방 두 개만 들고 갔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수도 생활하면서 평생 간편한 짐만 가지고 온 세상에 전교하러 다니겠다고 다짐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런데 살다 보니 해마다 늘어나는 짐, 그것도 내 지식욕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 책이 점점 늘어나 이사할 때마다 내 마음을 짓눌렀다. 다른 수도자들보다 짐이 많다는 사실이 나를 늘 불편하게 했다. 그리고 이사를 자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제는 힘들다.

 
우리는 수련소에 있을 때부터 나그네살이를 익히기 위해 매달 방을 바꾸었다. 어느 한 곳에 안주하여 오래 정착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매달 방을 바꿀 때마다 물건을 정리해 내 소유를 최소화시키고 친구나 가족한테서 온 편지·일기장·묵상집 등을 불태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가진 것 없는 나그네의 삶을 진하게 느끼면서 수도 정진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근래에는 공부를 한답시고 한 권씩 책을 사 모으다 보니 어느새 책 부자가 되어 이사할 때마다 큰 부담이 된다. 이제는 짐을 싸는 지혜도 생겨서 책을 굳이 상자에 넣지 않고 노끈으로 묶으니 운반하기도 쉬웠다.
여러 번 책을 상자에 담아 싸고 풀고를 반복해서 이력도 생겼을 법한데, 매번 책을 싸고 푸는 일은 여전히 귀찮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얼마나 행복한 불평인가? 그렇게 이사를 여러 번 했어도 정작 집 걱정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은가? 이미 잘 마련되어 있는 집에 아무 걱정 없이 들어가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집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으며 옮겨 다닌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리도 힘들어했는가? 쉴 곳이 없어 비참한 지경에 빠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보니 나그네와 같은 수도자로 살고 싶은 나의 바람과는 달리 짐이 많은 내가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하셨다. 내게는 아무리 이사를 자주 해도 늘 감사드릴 ‘보금자리’가 있지 않은가! ●
전봉순 수녀(예수성심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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