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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30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29 조회수722 추천수8 반대(0) 신고

6월 30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마태오 8,18-22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예수님의 돌출발언>


   다른 수도회나 교구도 그렇겠습니다만, 저희 수도회도 마찬가지인 ‘아주 보기 흐뭇한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수도회 한 형제의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다들 ‘내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서든 슬픔에 동참하려고 노력합니다. 영안실에서는 시간대별로 형제들이 돌아가며 고인을 위한 미사를 봉헌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례미사에는 100% 참석합니다.


   다른 때는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데 수십 명, 수백 명이나 되는 사제들에 둘러싸인 장례식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저희 수련자 형제들은 형제들의 부모님 상만 났다 하면 ‘긴급출동’입니다. 사흘 내내 영안실에서 분주하게 지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슬픔을 당한 형제나 유가족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습니까?


   요즘 다들 형제가 하나 아니면 둘입니다. 많아야 셋입니다. 영안실도 썰렁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형제가 120명입니다. 영안실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부친상’ 이것처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겪는 일들 가운데, ‘부친상’ 이것처럼 슬픈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다소 의외의 돌출 발언을 하십니다. 요즘 같으면 네티즌들에게 크게 한번 봉변 당하셨을 일입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제 막 예수님의 제자단에 가입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그 제자는 예수님께서 당연히 허락해주시리라 생각하고 ‘삼일간의 휴가’를 신청합니다.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예수님 같았으면 당연히 OK였겠지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데,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 얼마나 마음이 아픈가? 나도 곧 뒤따라갈 테니 빨리 출발하게.” 이런 대답을 기대했었는데, 예수님의 반응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이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오해를 살만한 말씀이기에 깊이 묵상해봐야 할 예수님 말씀입니다.


   “혹시 예수님, 기본적인 가정교육 제대로 받지 못하신 것은 아닐까? 인간으로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도 하지 마라 하시니, 이거 너무 하신 것 아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예수님, 친구 라자로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셨던 분이었습니다. 갖은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고통이 너무나 안타까워 식음을 잊으면서까지 치유에 전념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곤경에 처한 여인의 처지가 너무나 불쌍해 당신 목숨까지 걸고 구해주신 분이었습니다.


   이런 분이 당신을 따르려는 제자 아버지의 장례식을 어떻게 소홀히 하실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말씀, 그 배경을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의 긴박성’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 추종에 대한 우선권’을 역설하시는 것입니다. 세상만사 안에 많은 중요한 일들이 많지만 영원한 생명의 획득 그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음을 설명하시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55번 / 착하신 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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