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11. 임금께 고하는 왕비 / 에스테르기[1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6-13 조회수1,210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1. 임금께 고하는 왕비(에스 5,1-8)

 

이렇게 기도를 드린 에스테르는 두려움을 박차고 기쁨의 기분을 느끼며 온 몸을 다듬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단식을 끝내고 몸을 추스르고는, 뜰을 거닐면서 앞으로의 행동거지에 골몰했다. 사흘째 되는 날, 기도를 마친 에스테르는 자루 옷 비슷한 고뇌와 슬픔의 기도 복을 활짝 벗어 제치고 벗고 왕후의 영광을 나타내는 화려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었다. 그렇게 그녀는 호화롭게 차려입고서, 모든 것을 보시는 구원자 하느님께 간청한 뒤, 두 시녀를 데리고 나섰다. 그리고 기운이 없는 듯, 앞서가는 한 시녀에게 몸을 기대자, 다른 시녀가 그의 옷자락을 받쳐 들고 뒤를 따랐다.

 

홍조를 띤 에스테르는 지극히 아름다웠다. 어쩌면 그녀의 얼굴은 사랑받는 여인처럼 화사했지만, 어디 마음 한구석은 다소 두려움으로 조여들었다. 그리하여 에스테르는 문들을 모두 지나서 임금 앞에 섰다. 임금은 온통 금과 보석으로 번쩍이는 공식 석상에 나설 때 입는 어의를 단정히 차려입고 자기 왕국의 왕좌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보기에도 몹시도 두려운 모습이었다. 그가 영광으로 빛나는 얼굴을 들고 지극히 노여운 눈으로 쳐다보자, 왕비는 실신하여 쓰러지면서 창백한 얼굴로, 앞서 가는 시녀의 머리에 다시금 몸을 기대었다.

 

그때 하느님께서 크세르크세스 임금의 영인 마음을 부드럽게 바꾸어 놓으시자, 임금은 깜짝 놀라 왕좌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 나와서는 왕비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그를 팔에 안았다. 그러고서는 다정한 말로 위로하며 조용히 말하였다. “에스테르, 웬일이오? 나는 당신의 오라버니요. 안심하오. 당신은 죽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이리 다가오시오.” 여기서 오라버니는 통상 애인이며 남편이고 보호자에게 쓰는 애칭이다. 그러고는 임금은 황금 왕홀을 들어 에스테르의 목에 댄 다음 그를 껴안아 입 맞추고 말하였다. “나에게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 다 말해 보오.”

 

그래서 에스테르가 임금에게 말하였다. “임금님, 저에게는 임금님이 하느님의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의 영광에 대한 두려움으로 저의 마음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임금님은 놀라우신 분이십니다. 임금님, 또한 임금님의 얼굴은 인자하심으로 충만합니다.” 에스테르는 이렇게 말하다가 다시 실신하여 쓰러졌다. 그러자 임금은 깜짝 놀라고 그의 시종들은 모두 왕비를 위로하였다. 임금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에스테르 왕비, 이게 무슨 일이오? 그대의 소원이 과연 무엇이오? 어서 말해 보오. 필요하면 이 왕국의 반이라도 그대에게 떼어 주겠소.”

 

그러자 에스테르가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좋으시다면, 제가 하만을 위하여 마련한 연회에 임금님께서 오늘 그와 함께 와 주셨으면 합니다.” 이에 임금은 그래요, 에스테르의 말대로 할 터이니 하만을 곧바로 데려오너라.” 하고 분부를 내렸다. 이렇게 해서 임금과 재상 하만은 에스테르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임금이 에스테르에게 다시 말하였다. “에스테르 왕비, 과연 그대의 소청이 무엇이오? 그대에게 그 말 그대로 꼭 이루어질 것이오.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오? 왕국의 반이라도 그대에게 넘겨 줄 참이오.”

 

이에 에스테르가 대답하였다. “임금님, 지금 제게 저의 소청과 저의 소원을 말하라고 하십니까? 제가 임금님의 눈에 들어, 임금님께서 기꺼이 저의 소청을 들어주시고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겠다면, 제가 마련하는 연회에 임금님께서 하만과 함께 내일 다시 와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내일 이 자리에서 제가 임금님의 분부대로 말하겠습니다.”

 

사실 하느님께 힘껏 기도한 에스테르는 동족에게 닥쳐올 일에 대한 두려움을 박차고 기쁨의 기분을 느끼며 온 몸을 다듬었다.[계속]

 

[참조] : 이어서 ‘12. 교만한 재상 하만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시녀,에스테르,왕홀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