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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얼굴을 벽쪽으로 돌리고...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19 조회수409 추천수10 반대(0) 신고

 

 

 

말씀: 이사 38,1-6. 21-22. 7-8

 

아시리아가 유다를 침략했다.

전국토가 아시리아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간신히 예루살렘 도성만 남았다.

완전히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유다 왕국이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승승장구였던 아시리아가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자기 나라로 회군을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도 아시리아 내의 내부 분열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어떻든 산헤립왕은 다 잡았던 유다를 놔두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극적으로 살아난 히즈키야 왕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극도의 긴장이 풀린 탓일까 앓아 눕게 되었는데, 

그 병은 나을 병이 아니라는 이사야의 예언을 오늘 듣고 있는 것이다.

 

"너의 집안일을 정리하여라. 너는 회복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간신히 살아났는데 청천벽력의 말씀을 듣고 있는 히즈키야.

히즈키야가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주님께 기도하면서 말씀드렸다

 

벽쪽으로 얼굴을 돌렸다는 이 구절.

벽쪽에 주님이 계셨단 말인가?

아니면 면벽참선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왕으로 살면서 온갖 부귀와 영화를 맡보았던 그.

위태로운 나라의 왕으로서 온갖 근심과 괴로움을 겪어왔던 그.

 

그 모든 희노애락과 단절하고 '오직 벽을 향하여' 주님만을 생각하며 기도하였다는 말인가?

아니면 기도를 들어줄지 어떨지 '벽과 같이' 느껴지는 주님이었음을 표현하는 말인가?

벽처럼 느껴지는 주님일지라도 그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히즈키야의 심정을 말함인가?

 

히즈키야는 기도하며 말씀드린다.

“아, 주님, 제가 당신 앞에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걸어왔고,

당신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해 온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유다 왕국 역사상 주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한 선한 왕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손에 꼽히는 임금이 히즈키야다.

 그렇긴 해도 자신의 무결을 당당히 이야기할만큼 백옥처럼 깨끗할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만 품었고 매번 좋은 일만 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행을 열거하는 히즈키야의 기도는 주님의 자비에 의지해서

’부디 자신의 악한 행동은 잊어주시고 선한 행동만을 기억해주십사’ 하는 절실한 호소인 것이다

히즈키야는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슬피 통곡하였다.


히즈키야의 슬픔과 탄원은 성경에 나온 바와 같이 그렇게 짧은 두어 마디는 아니었을 것이다.

실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지 않고 오로지 벽만 쳐다보면서 주님의 자비를 구했다는 것이다.

철벽같은 장애물 처럼 그의 생을 가로막는 벽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주님께만 답을 구했다는 것이다.

 

히즈키야의 눈물과 기도가 주님을 움직이셨다.

주님의 말씀이 다시 이사야에게 내리고 히즈키야는 살아났다.

십오년 동안 수명을 연장시켜 주신다고 한다. 

 

십오년.

생명이 경각에 달한 사람에게 있어서 십오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소식은 엄청난 복음이다.

그보다 더 욕심을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주님은 아시리아의 손아귀에서도 무사하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신다.

 

.................

 

눈물과 기도로 주님을 움직였는지 나 역시 살아났다.

그러나 내게 몇 년 더 수명이 연장되었는지 가르쳐줄 예언자는 없다.

오년? 십년? 십오년?

 

이제는 전에 비해 무척 건강해졌지만,

아직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가장 먼저 챙기라고 조언한다.

암이 걸렸다 나은 사람도 재발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그렇게 되면 예후가 더욱 나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이십여년 전에도 어떤 암의 전단계에서 운좋게 발견하여 수술한 적이 있고,

칠년전의 암은 두번째로 발견된 암이었기 때문에 체질상 암에 걸릴 확률이 많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모님의 병력도 암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신경쓰며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 아닌가.

길어야 팔십년? 근력이 좋아야 백년?

아무튼 오래 사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히즈키야는 병이 낫고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감동적으로 부른다.(화답송)

주님께서 특별히 돌보아주었던 히즈키야도 나중에 바빌론의 특사를 맞이하여

자국의 보물창고를 모두 열어 보여 주는 경망스러운 행동을 한다.

그 때문에 유다는 바빌론의 침공을 받으리라는 이사야의 책망을 또다시 듣게 된다.

결국 유다는 이사야의 예언대로 바빌론에 의해 쑥밭이 되고 만다. 

 

오늘 주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정말 나에겐 가르쳐줄 예언자가 없는가?

아니다. 오늘 분명히 주님은 직접 말씀하시고 계신 것이다.

 

주님의 자비로 다시 살아났다고, 

주님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은총을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나 은총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는 나다.

 

십오년, 이십년, 기냐 짧으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신 은총을 얼마나 잘 가꾸고 관리하느냐가 참으로 문제이다.

 

 

 

 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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