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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지(死地)에서의 유희(遊戱)-판관기71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8 조회수456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지(死地)에서의 유희(遊戱)-판관기71

  <생명의 말씀>
 이 일이 있은 후, 삼손은 소렉 골짜기에 사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여자의 이름은 들릴라라고 했다. 불레셋 추장들이 그 여자를 찾아 와서 부탁하였다. "그를 꾀어 내어 그 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 보아라. 어떻게 하면 그를 잡아 묶어서 맥을 못 쓰게 할 수 있을는지 알아 내어라. 그것만 알아 내면 그 댓가로 세겔씩을 주겠다." 그리하여 들릴라가 삼손에게 물었다. "당신의 그 엄청난 힘은 어디서 나오죠? 어떻게 하면 당신을 묶어서 맥이 빠지게 할 수 있을지 저한테만은 알려 주셔도 되지 않아요?" 삼손이 대답하였다. "마르지 않은 새 밧줄 일곱 매끼로 묶으면 나도 맥이 빠져서 여는 사람처럼 되지" 들릴라는 불레셋 추장들에게 마르지 않은 밧줄 일곱 매끼를 받아 가지고 삼손을 묶었다. 그리고는 제 방에 사람들을 숨겨 놓고 있다가 소리쳤다.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들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 삼손은 밧줄을 불에 탄 삼오라기처럼 끊어 버렸다. 그리하여 그의 힘의 비밀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들릴라가 삼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를 놀렸군요. 거짓말을 했어요. 무엇으로 당신을 묶으면 되는지 저한테만은 알려 주셔도 되잖아요?" 그가 대답하였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밧줄로 탄탄히 묶으면 나도 맥이 빠져 여느 사람처럼 되지." 들릴라는 새 밧줄을 가져다가 삼손을 묶고는 소리쳤다.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들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 방에는 미리 사람을 숨겨 두고 있었다. 삼손은 자기를 묶은 밧줄을 실오라기처럼 툭툭 끊어 버렸다. 들릴라가 삼손에게 말하였다. "여전히 당신은 나를 놀리시는군요. 또 거짓말을 했어요. 무엇으로 당신을 묶으면 되는지 저한테만은 알려주셔도 되지 않아요?" 그가 대답하였다. "내 머리 일곱 가닥 을 씨줄로 엮어 말뚝에 매어 놓으면 나도 맥이 빠져 여느 사람처럼 되지." 들릴라는 그를 잠들게 하고 그의 머리 일곱 가닥을 씨줄로 엮어 말뚝에 매고는 외쳤다. "여보세요. 불레셋 사람들이 당신을 잡으러 왔어요." 삼손이 눈을 뜨고 일어나자 말뚝이 머리채에 감긴 채 뽑혔다. (판관기 16:4-14)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블레셋 창녀를 찾아서 하룻밤을 논 다음 성문을 통째로 뽑아다 산꼭대기에 버린 사건이 있은 후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삼손은 또 다시 블레셋 여자에 빠져 듭니다. 지금까지 기록된 삼손의 이야기를 잘 보면 모두 다 여자 그것도 하느님이 만나지 말라고 한 이방인 여자들과의 만남에서 발단된 것들입니다.

어느 것 하나도 예외가 없는 걸로 보면, 그만큼 삼손은 욕망- 특히 죄와 관계된 여자에 대한 욕망에 무척이나 약했지만 그 부분을 전혀 관리할 줄 몰랐던 사람인 것입니다.

삼손의 이 치명적 약점은 이제 삼손만 모를 뿐, 삼손이 제 집처럼 들락거리며 자기 욕망을 추구했던 블레셋 지방의 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모하게 삼손에게 직접 덤벼드는 일을 하지 않고, 삼손이 마음을 빼앗겨 버린 여자에게 가서 삼손의 약점을 알아 내라고 합니다.

스포츠의 경우 아무리 최강자라 할지라도 세계 대회에 두 번 정도 우승을 하면 약점이 간파되기 때문에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상대 선수를 만나면 고전을 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강자가 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끊임없이 자기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인데 삼손에게서는 전혀 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여자가 몇 번이고 유혹하여 그 비밀을 캐물으면 분별력을 발휘해서 '이 사지(死地)에서 이제는 나와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삼손은 죽을 자리를 제 발로 찾아서 들어 가서는 이리저리 둘러대며 그 상황을 즐기고만 있습니다.

힘의 비밀을 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여자와 밀고 당기는 게임이 삼손은 그저 재미 있었던 것입니다. 그 여자의 등뒤에는 자기 목을 겨누는 비수(匕首)가 숨겨져 있다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말입니다.

사람이 욕망에 이끌려 가기 시작하면 우선 하느님이 그 사람에게 주신 소명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삼손의 전 인생이 이랬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잠시간의 쾌락을 준 그 욕망이 그 사람 자체를 파괴해 버리는데 삼손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대로 걸리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작전이 들어오는데 삼손은 이걸 모릅니다. 사지(死地)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삼손은 여전히 그곳이 사지(死地)인 줄 모르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내 치명적 약점을 알고 그곳을 공격하는데 여전히 삼손은 이전처럼 자기 힘을 이용해서 위험에서 극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일은 재미로 보는 액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삼손의 모습이 수천년 전 사람 삼손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안에 분명 삼손이 있기 때문에 비극적 이야기 삼손은 여전히 묵상되어야 할 귀중한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났든 아니면 노력을 통해서 얻었든 아니면 살아오는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든, 내가 가진 능력 혹은 내가 가진 재산이나 지위가 하느님의 인도를 받지 않고 의식·무의식으로 내 욕망을 위해 움직이게끔 할 때 우리도 별 수 없이 삼손이 가는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업는 것입니다.

사지(死地)에서의 유희(遊戱)는 즐겁지만 그 대가 또한 혹독합니다. 영과 육 모두의 죽음이 거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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