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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겁도 없이 잠을 자다니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02 조회수580 추천수11 반대(0) 신고


폭풍속에서 주무시는 예수님은 평범하지 않다.
우리들처럼 두려워하며 배가 뒤집히지 않을까 걱정해야 정상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겁도 없이 잠을 자다니!"

언젠가 태풍 매미가 우리 나라에 상륙했을 때 나는 재활원에 있었다.
사제관은 방음 방풍이 잘 되어서 모든 문을 닫으면 웬만한 소음은 잘 들리지 않는다.
심한 바람이 불어서 재활원 이곳 저곳을 단속, 점검하고 밤 10시쯤 사제관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이게 폭풍전야, 태풍의 눈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풍의 눈은 지름이 수십 km에서 수백 km까지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태풍의 눈이 지나갈 때는 태풍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평온해진다.
구름이 거의 없고 고요하고 맑다.

그리고 몇 분후 엄청난 바랍소리를 들었다.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엄청난 위력으로 내리 누르는 듯한 바람 소리였다.
“우웅~~~~”
파장이 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가 들어본 가장 큰 파장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몇 분후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그야 말로 하늘에서 커다란 바케스로 쏟아붓는 듯했다.
순식간에 생활자들이 사는 방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닫아놓은 창틀 밑으로 빠져나가야 할 비가
순식간에 엄청난 양이 쏟아져서 오히려 방 안으로 넘어 들어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비와 씨름하고 나니 평소 비가 좀 온다는 수준으로 빗줄기가 약해졌다.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태풍의 눈이 지나가고 무섭도록 거대한 바람 소리를 들었을 때 공포를 느꼈다.
재활원 지붕이 날아가지 않을까, 마당에 세워둔 차들이 뒤집어지고 창문들이 날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물 참 튼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들이 만난 파도도 그런 공포를 느끼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 큰 어른들이, 그것도 매일 같이 배를 타고 고기잡이하던 어부 출신들이
겁에 질려서 호들갑스럽게 예수님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곤하게 주무시고 계셨다고 한다.
이 모습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많은 경우 복음에서 배는 교회를 상징하고 바다와 파도는 세상을 상징한다.
그 속에서 제자들은 파도와 바람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이 자고 계신 모습은
세상이라는 파도가 그분을 해치진 못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커다란 불행이나 재난을 당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편안하게 자고 계신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분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우리를 덮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고도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약한 인간에게 파도는 목숨도 앗아갈 수 있는 엄청나게 두려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과 함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분과 가까이 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믿음은 “믿습니다”고 고백하는 걸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으로 완전해지기 때문이다.
겁 없이 살 수 있는 믿음을 가지려면 그분 옆에서 그분과 같이 곤하게 잘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생활 속에서 그분 뜻대로 사는 것밖에 없다.
이사야 예언서에 야훼의 종의 셋째 노래에 이렇게 나온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우리 함께 나서 보자. 누가 나의 소송 상대인가? 내게 다가와 보아라.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보라, 그들은 모두 옷처럼 해지고 좀이 그들을 먹어 버리리라.
너희 가운데 누가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종의 말에 순종하느냐?
빛이 없이 어둠 속을 걷는 자는 주님의 이름을 신뢰하고 자기 하느님께 의지하여라.”
(이사 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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