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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3일 야곱의 우물- 요한 20, 24-29 묵상/ 의심의 후유증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03 조회수761 추천수4 반대(0) 신고
의심의 후유증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에게,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토마스에게 이르셨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토마스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그러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요한 20,24-­29)
 
 
 
 
◆예전에 본당에서 사목할 때 사제관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공소에 저녁미사를 드리러 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심하게 어지럽혀진 사제관 사무실을 보며 한동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지만 그 사건 이후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심을 잃어버렸습니다. 누구한테나 편안한 마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그날 이후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늘 열어두던 사제관 문을 잠그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문득 사제관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제관은 누가 있든 없든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게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었는데 그 사건 이후 문을 잠그기 시작하자 신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더니 특별한 용건이 있는 분을 제외하고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순간 깊이 반성했습니다. 문을 잠그면서 개인적으로는 안정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한테는 불편함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만의 벽을 높게 쌓고 지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사제관을 개방했습니다. 동시에 선입견과 편견으로 낯선 사람에 대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도 열었습니다.
 
그때 눈에 보이는 문을 닫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의심으로 마음의 문을 닫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한번 닫힌 문은 웬만해서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둑보다 더 조심해야 할 대상은 자신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믿음보다 불신이 앞서고, 의심이 자신을 사로잡고 있을 때를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는 예수님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자기의 세계를 허물고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큰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은연중에 자기만의 생각과 세계에 머물러 있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아닌 예수님의 죽으심에 대한 믿음만 있었기에 더 큰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토마스가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믿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았기에 예수님을 보지 못했고 그래서 의심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큰마음으로 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지내는 것도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바람직한 자세일 것입니다. 살면서 놓치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믿음만큼은 잃어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광주가톨릭대학교(송동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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