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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냉담도 나눌 수 있다면.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9-02-13 조회수3,653 추천수6 반대(0) 신고

     냉담도 나눌 수 있다면.

     

     오늘 어쩌다 보니, 수녀님과 함께 모범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 모범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는 수녀님을 보시자  자신은 지금

     냉담중이라며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는 꼬박꼬박  새벽 첫 미사

     를 드리고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열심한 신자였지만, 이제는 그

     러지 못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기본요금 거리여서 긴 대화는 나눌  수 없었지만, 그 아저씨께서

     냉담을 했던 이유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부터  였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어렵거나 시련이 닥쳐올 때, 매달릴 수 있는 것

     이 하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

     서야 알았습니다.

     

     오늘 복음도 역시 예수님이 일곱 개의 빵과 몇  마리의 물고기로

     사천명의 군중을 배부르게 하십니다.  너무나 흔한 복음,  그러나

     정말 감동스러운 복음입니다. 제가 묵상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

     터 가장 많이 접한 복음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에게 먹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저는 몇 개의 글에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기적은 단순히 예수님만의 기적

     이 아니라, 함께 나누었던 많은 사람들의 기적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너무 식상하지만(?), 또 이 나누는 문제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시련은,  대부분 사람

     으로 비롯 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까 그  운전 기사 아저씨의

     시련은 짐작 할 듯 합니다.

     

     어려운 그 시기, 누군가 베풀고 도움을 주었다면, 여전히 그 분은

     열심한 신자로 살아 갔었겠죠. 저는 그 분이 냉담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안타깝다기 보다는, 그 주변의 상황이 아팠습니다. 단순히

     동정을 넘어선, 복음 실천의  '나눔'을 교회는, 그리고  내 자신은

     하고 있는지 성찰할 시간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이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눔이라는 것이, 단순한 '물질의 문제'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

     끼고 나니, 복음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깨닫

     게 됩니다. 그래서 그러한 삶이 아름다운 것이겠죠.

     

     "그 시간(냉담을 푸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시며 건네는 수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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