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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5일 야곱의 우물- 마태 9, 14-17 묵상/ 인간의 선입견, 신앙의 편견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05 조회수460 추천수3 반대(0) 신고
인간의 선입견, 신앙의 편견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는다.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
(마태 9,14-­17)
 
 
 
 
◆지난 겨울 방학 때 고향인 제주도에 갔다가 택시를 탄 적이 있습니다. 밤늦게 약 한 시간 거리를 가야 했는데, 기사의 첫인상이 매우 험하게 느껴졌습니다. 문을 열고 탈 때부터 친절을 느낄 수 없을 뿐더러 표정도 굳어 있고, 손님을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말투도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괜히 긴장되고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택시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저의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에 오토바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서 40일 가까이 입원했으며 큰 수술을 여러 번 받았는데, 그 후유증으로 얼굴 근육이 마비되었다는 것입니다. 가난했지만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재활치료를 하면서 지금은 큰 불편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몸이 많이 불편해 보였고, 언어장애도 조금 있어 보였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간적으로나마 선입견을 가졌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라사이들은 단식을 하는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단식을 하는 날 단식도 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예수님 제자들의 모습이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모양입니다. 종교 안에서 지켜야 할 여러 규범이 있는데, 전통적인 관습을 어기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신앙적인 편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과 같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과 같이 믿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지 않기에 틀렸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신앙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라기보다는 형식에 관한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전통을 만들고 전통은 종종 신앙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형식적인 전통에 매여 신앙의 본질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는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와 같은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획일적인 형식을 갖추고 당신에게 예배하기를 바라는 분이 아니십니다. 예수님은 전통이나 형식보다 그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본질적인 전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이시며 동시에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지위가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 멸시받는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등 모두가 외형적 삶의 모습에 구애됨 없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당신과 함께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형식적인 전통이나 관습적인 태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견을 갖게 하는데, 편견 중에 가장 무서운 편견은 신앙적 편견이라고 봅니다.
광주가톨릭대학교(송동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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