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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04 조회수594 추천수7 반대(0) 신고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 마태오 10,17-22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영성>


   상호배려와 인내, 사랑으로 결혼생활을 해나가자는 주제로 강론을 하시던 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여기 계시는 형제자매님들 가운데서 혹시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를 내 사람으로 선택하겠다는 분, 계시면 손 한번 들어보세요!"


   꽤 많은 신자들이 성당 안에 계셨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몇 명은 손을 들겠지'하고 생각했던 신부님은 상당히 곤혹스러웠습니다.


   신부님께서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셨는데 그 순간, 제일 앞줄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한분이 손을 번쩍 드셨습니다. 단 한분이라도 손을 드시니 다행이다 생각한 신부님은 감사한 마음으로 그 할머니께 또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할머니, 정말 훌륭한 신앙인이십니다. 어떤 이유로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을 택하시려는 것입니까?"


   할머니 대답에 신부님은 다시 한 번 뒤로 넘어질 뻔 하셨답니다.


   "훌륭하다고까지 할 것은 없고, 젊어서 사별하고 재혼을 했는데, 살아보니 특별한 것이 없어! 그 ○이 그 ○이더라구. 그렇다면 아무래도 낯선 ○보다는 익숙한 ○이 더 낫지 않겠수?"


   이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한 사람을 만나 한 눈 팔지 않고 한 평생을 같이 걸어간다는 것,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고, 예수님 가르침을 따르는 진정 복음적 길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과 꾸준히 평생을 같이 간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간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인생관이 다르고, 기호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철저하게도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30년, 40년을 같이 항해한다는 것은 진정 어렵다 못해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성가정(聖家庭), 잉꼬 부부, 원만한 결혼생활이란 거저 이뤄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지속적 자기 비움, 열렬한 기도생활, 영웅적 인내, 순교자적 자기 헌신, 다시 말해서 순교영성이 필요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를 기억하는 오늘, 신부님의 순교영성을 우리 삶 안에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는 후손인 우리들에게 주어진 큰 과제입니다. 때로 신부님께서 온 몸으로 보여주신 순교영성을 살고 실천한다는 것이 평범한 우리들 삶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입니다. 너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우리에게 고맙게도 교회는 백색 순교, 일상에서의 순교를 해답으로 건넵니다. 매일 삶 가운데 김대건 신부님께서 지니셨던 순교 정신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죽을 각오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매일의 십자가를 기쁘게 수용하는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관련된 여러 문헌들을 통해서 알게 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신부님 순교는 갑자기 다가온, 그래서 엉겁결에 맞이한 순교가 아니라 철저하게도 준비된 순교, 예견된 순교였다는 것입니다. 신부님께서는 매일 순교를 염원하셨습니다. 짧은 생애 내내 자신의 머릿속에 언젠가 맞이할 영광스런 순교의 때를 그리곤 하셨습니다.


   순교에 대한 준비, 일상에서의 순교가 신부님 삶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에 순교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 신부님 태도를 보십시오. 너무나 의연하셨습니다. 당당하셨습니다.


   이승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보다 본격적 삶에로 건너가기 위한 일종의 사다리라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신부님이셨습니다. 이 지상에서 삶이 천상에서 누릴 영원한 삶에 비교한다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이미 잘 알고 계셨던 신부님이셨습니다. 그 결과 그분의 눈은 영원한 삶, 불멸의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순교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결혼생활을 하시는 형제자매님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배우자 간에 진정 바라는 바는 큰 것이 아닐 것입니다. 천지개벽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제와는 완전히 딴판인 새로운 인간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꿈같은 변화, 동화 같은 반전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나쁜 습관 좀 고치는 것, 내가 싫어하는 일 하지 않는 것, 아침부터 인상 구기지 않는 것, 가슴에 못 박는 말 하지 않는 것 등 이런 것들을 바라십니다.


   가까운 사람을 위해 작은 희생 한번 하기 두려워하는 사람, 죽었다 깨어나도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없습니다. 이웃을 위해 작은 친절 한번 행하지 않는 사람이 절대로 큰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작은 고통 한번 제대로 참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절대로 순교의 영광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87번 / 성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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