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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서 먼저 싸우신다-판관기35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02 조회수454 추천수6 반대(0) 신고

하느님께서 먼저 싸우신다-판관기35

 <생명의 말씀>
 그 날 밤 야훼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적의 진지로 내려 가거라. 내가 적진을 네 손에 붙였다. 그러나 만일 내려 가기가 무섭거든 먼저 네 부하 부라를 데리고 내려 가거라. 그리고 그들이 지껄이는 것을 들어 보아라. 너는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 진으로 쳐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부하 부라를 데리고 적진으로 접근해 가 보니, 미디안 사람과 아말렉 사람과 모든 동방의 백성들이 메뚜기떼처럼 거기 평지를 덮고 있었고 낙타는 바닷가의 모래처럼 수없이 많았다. 기드온이 다다라 보니, 마침 한 병사가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보리떡 한 덩어리가 우리 미디안 진으로 굴러 들어오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우리 천막에 이르러 그것을 쳐서 뒤엎자 천막은 쓰러지고 말았네." 친구가 대꾸하였다. "그것은 다음 아닌 이스라엘 사람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의 칼일세. 하느님께서 미디안과 이 모든 진을 그의 손에 붙이셨군." 이렇게 꿈 이야기와 그 해몽하는 말을 듣고 기드온은 야훼께 경배하고 이스라엘 진으로 돌아 와 일렀다. "일어나라. 야훼께서 미디안 진을 너희 손에 붙이셨다." (판관기 7:9-15)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전쟁을 선포하고 소집령을 내려서 처음 모인 3만 2천명 중에서 하느님께서 3만 천 7백명을 돌려 보내신 바로 그날밤 하느님께서 기드온에게 미디안 진지로 처내려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기드온의 300용사는 아마도 미디안 군대의 100분의 1정도도 안 될 것 같은데 하느님은 기드온에게 그 병력을 이끌고 적진으로 직접 가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아무리 믿음이 훌륭하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도 기계적인 복종 훈련을 받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씀을 듣자마자 '예!' 하고 '용사들이 가자'를 외치며 기쁘게 출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느님께서 그 다음에 기드온에게 말씀하신 내용을 꼼꼼히 잘 읽어보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바라시는 것이 믿음이랍시고 이성(理性)을 마비시킨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무조건적이며 기계적인 복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복종은 '하라면 무조건 하는' 두려움이 동기가 된 복종이며 조폭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 양식일 겁니다. 

하느님은 '300 대 메뚜기떼'라는 수적인 열세 때문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기드온에게 용기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십니다. 적의 진지로 공격해 내려가기가 무섭다면 부하 한 명을 데리고 적진을 정탐 가서 그 병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하십니다.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전투를 수행해야 할 병사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들어보면 그 군대의 사기와 정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군대를 사병으로 가서 병장 제대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밤 중 보초를 서면서 느꼈던 마음 혹은 같이 보초를 서는 병사와 주고받은 말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이 구절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진에 부하와 함께 내려간 기드온은 적의 병사들에게서 의외의 말을 듣게 됩니다.

'보리떡 한 덩어리가 미디안 군대 진지 안으로 들어왔고 그것이 천막을 부수었는데 그 보리떡은 기드온의 칼이고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우리 미디안이 이스라엘에 패할 것이다.'

사실 전쟁이 수와 장비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정신력, 정신무장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수가 많고 장비가 우수하다하더라도 병사들 사이에 두려움과 공포심이 퍼져 있으면 멀리서 돌 하나만 날아와도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우왕좌왕하다가 전열이 흐트러지게 되고 이렇게 질서가 깨지게 되면 오히려 다수로 구성된 군대일수록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멸 당하기가 쉽습니다.

하느님은 기드온과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위해서 정신적인 면에서 미리 싸우고 계셨던 것입니다. 정신력이 무너져서 이미 전쟁에 패할 모든 조건을 갖춘 군대와 기드온의 300용사를 싸움에 붙이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다 정리된 싸움의 마지막 뒷정리를 당신 백성에게 맡기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원하시는 모든 일을 당신 뜻대로 하실 수 있지만 인간을 당신 모상을 따라 창조하신 다음부터는 인간의 자발적인 순종을 통한 협력을 얻으셔서 당신의 뜻을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의 이런 태도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것이라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 부재의 증표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약과 신약은 물론 지금 이 시대에도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은 인간의 협력을 통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따르려는 기드온의 협력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십니다. 300명의 소수로 수만 대군을 물리치시려 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정신적인 측면에서 먼저 싸우셔서 작업을 해 놓으시지 않았다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긴 하지만 하느님께서 정신적 작업을 아무리 해 놓으셨어도 기드온이 300명을 데리고 용기를 내어 출정하지 않는다면 또한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하느님의 몫과 인간의 몫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담당하시는 부분이 99.9999999…%이고 인간이 담당하는 부분은 사실 0.0000000000…1%일 것입니다. 그래도 하느님은 그 0.0000000000…1%의 협력을 인간의 믿음과 자발적인 순종으로 기쁘게 받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아둥바둥 노력한 다음 자기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2%를 하느님께 기대어 채우려고 합니다. 이는 내 능력으로 안 되는 부분을 하느님의 능력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이고,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해 보면 나를 위해서 하느님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는 하느님과 기드온과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관계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결코 인간에게 이용당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이런 마음을 지닌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 안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선하신 하느님께서 이기적인 동기로 당신을 대하는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키시는 것입니다. 물론 고난을 통해서이겠지요.

내 계획을 미리 세우고 내 역량만으로는 부족한 분량에 대해 하느님께 도움과 협력을 요구하는 신앙 자세를 버리고, 먼저 일하시는 하느님께 어떤 종류의 협력을 해 드려야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는 신앙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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