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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6일 야곱의 우물- 마태 2, 1-12 /레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6 조회수454 추천수6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마태 2,1-­12)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하늘에서 특별한 별 하나를 발견한 동방의 점성가들이 길을 나섭니다. 진정한 임금이 태어나셨으니 하늘에 징조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들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유다의 도읍에 임금이 태어나셨을 것이라 짐작하여, 예루살렘에 와서 그분을 수소문합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2절) 그러나 동방 박사들의 방문에 헤로데 임금과 온 예루살렘은 깜짝 놀랍니다(3절). 먼 길을 마다 않고 선물까지 준비하여 알현을 온 이방인 동방 박사들과, 그토록 오랫동안 메시아를 기다려 왔으면서 정작 메시아의 탄생에 금시초문인 유다인들의 반응이 어이없는 대조를 이룹니다. 탄생 소식을 반가워하기는커녕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헤로데는 대왕이라는 칭호가 따라 붙을 만큼 권세를 누렸지만 정당한 임금이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로마의 권력에 의지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꼭두각시 임금에 지나지 않았지요. 그래서 친아들마저 의심하고 죽일 정도로 늘 불안에 휩싸여 있었는데, 난데없이 동방의 현인이 찾아와 대뜸 새로 나신 유다인들의 임금을 경배하겠다니요. 새로운 임금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늙은 왕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급기야 헤로데는 무고한 어린이들을 희생시키는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맙니다(16절 이하).
 
폭군 헤로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온 예루살렘’이 경악할 것까지야 없었을 텐데요. 그 당시 예루살렘은, 외세의 침략과 나라 잃은 슬픔에서 유다인들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지켜주던 예전의 그 당당한 예루살렘이 아닙니다. 예루살렘 또한 헤로데와 한통속으로, 헤로데 편에서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특권층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렸습니다. 헤로데에게 불려온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도(4­-6절) 메시아의 탄생 소식에는 침묵합니다. 동방 박사들의 출현으로 한바탕 유다 전체가 들썩였을 텐데 먼 길을 찾아온 이방 손님들만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였다는 걸 보면(11절), ‘온 예루살렘’이 예수님의 탄생을 환영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탄생부터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라집니다. 그분의 탄생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사람들과 그분을 환영하고 예배하는 사람들. 예수님은 공생활 내내 이런 배척과 환대의 변덕스런 무리 속에서 지내셔야 했습니다.

 
예루살렘에서는 임금의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먼 곳에서도 알아보고 찾아온 별이 지척에 사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그들의 별을 가렸을까요? 서울에서도 별을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이지만, 그 시절 예루살렘에서도 인간들의 부조리와 탐욕이 하늘의 별을 가렸나 봅니다. 아! 그래서 예수님이 별 볼 일 없는 예루살렘을 마다하시고, 별들이 총총한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나 봅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6절; 미카 5,1) 베들레헴은 내세울 것 없는 곳이지만, 정의로운 임금 다윗이 태어난 고을입니다. 구원은 이렇게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이 아니라 초라하고 이름 없는 마을 베들레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권력자 헤로데는 동방 박사들을 몰래 불러들여 아기를 찾거든 알려 달라고 부탁합니다(7­-8절). 아예 아기일 때 싹을 잘라 이제 막 새롭게 태동하려는 희망의 역사를 꺾어버리려는 심산에서입니다. 동방 박사들의 의로운 뜻을 비겁하게도 악한 계획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진정한 임금의 오심을 알리는 ‘별’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고향에서부터 쫓아온 별이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을 때, 그들은 더없이 기뻐하였습니다(9­-10절). 예수님의 첫 손님들은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 앞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경배합니다(11ㄱ절). 마태오 복음사가는 ‘땅에 엎드린다.’는 표현을 오로지 예수께만 연관지어 사용합니다. 최고의 예배를 받으실 분은 오로지 예수님뿐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들은 또한 고향에서 들고 온 진귀한 보물을 예물로 내놓습니다. 충성과 순종의 뜻으로 바친 그들의 세 가지 예물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11ㄴ절).
 
교부들의 해석에 따르면 황금은 예수님이 진정한 임금이심을, 유향은 아기의 신성을, 몰약은 그분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황금·유향·몰약은 이스라엘의 메시아뿐 아니라 온 세상의 구원자이신 분께 바칠 합당한 예물인 것입니다. 동방에서 온 이방인들은 이처럼 궁벽한 시골 마을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고 최고의 충성과 순종의 예를 갖추어 경배하였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그들의 선물을 사양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방인 손님들의 정중한 인사도 묵묵히 받으셨습니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시듯, 온 세상 누구에게나 구원의 약속이 활짝 열려 있음을 선포하시듯 말입니다. 헤로데에게 들르지 말라는 소임까지 완수한 동방 박사 일행은 자신들의 순례 여정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12절).
 
하늘의 징조를 알아본 현인으로서 줄곧 한 별을 쫓아 세상을 떠돌다가, 진정한 임금을 만나 알현하고 돌아서는 그들의 뒷모습이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첫 손님들한테서 두고두고 배워야겠습니다. 큰 희생을 치를 예수님의 출생을 부담스러워한 적은 없는지, 구원이 시작될 우리의 베들레헴은 어디인지, 기꺼이 바칠 최고의 예물은 무엇인지, 도대체 별을 쫓고 있기나 하는지….
 
이사야 예언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이사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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