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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막에도 오시는 주님 - 윤임규 (토마)신부님
작성자윤중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03 조회수455 추천수7 반대(0) 신고
  깨어진 연탄재, 깨어진 접시, 깨어진 소주병, 깨어진 벽돌, 라면 봉지, 흙묻어 처진 비닐 쪽, 찢어진 플라스틱 바구니, 구두 뒤창, 깡통, 비닐 노끈 ... 천막성당 앞 공터에는 깨어지고 찢어져서 버려진 물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깨어지고 찢어지면 저렇게 방치되고 맙니다. 버려져 흩어진 무더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천막으로 들어가 미사성제를 올립니다.
 
 
  주님, 진정 이런 누추한 곳에도 오실 수가 있다니 고마울 뿐입니다.외양간을 탄생지로 정하실 만큼 겸허하고 허물없으신 분이시기에 당신을 이런 곳에서 더욱 가까이 뵐 수가 있습니다.
 
 
  깨어진 연탄재처럼 버려졌어도 버림받은 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깨어진 접시 같은 우리 마음과 당신의 집이 되지 못하고, 허물어진 블록 벽돌 같은 우리의 신앙을 보시옵소서. 버려져서 아무도 돌보지 않을 우리 존재의 허무를 받아주소서. 실상 우리는 버려졌어도 버려진 그 사실을 모르고 삽니다. 우리의 영혼이 얼마나 쓰레기장과도 흡사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당신을 조금 아는 체하면서도 당신 듯과 동떨어지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를 때, 저는 들었습니다. 이웃집 전축 볼륨이 자꾸자꾸 커지는 것을 처음에는 모르고서 계속했으나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경종임을 알았습니다. 찬미의 성가가 이웃 사람들에게는 소음이었고 공해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우리 존재가 얼마나 어설픈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행동이 찬미의 노래가 되지 못할 때 아무리 아름답게 노래한다 해도 그것이 듣는이들에게는 소음에 불과함을 알았습니다. "주여, 우리가 합당하게 당신을 찬미할 수 있게 우리 정신을 깨끗이 해주소서."
 
 
  천막 한 장 밖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트럭이 지나가고 젊은이들이 지나가며 말합니다. "또 교회가 하나 서는군. 요즘 교회는 기업이지. 하느님 팔아 돈버는 사기꾼들이지... " 기업, 사기꾼, - 기업, 사기꾼.
 
 
  이 말을 생각하며 미사를 계속합니다. 그런 욕을 먹어도 좋을 만큼 예수님 당신을 팔아가며 돈을 모으고 성당과 예배당을 짓고 또 돈을 모으고 또 짓고 이렇게만 되어가는 것이 당신 나라의 확장 사업이라고 많이들 생각했나 봅니다.
 
 
  "너희는 받아 먹으라... 너희는 받아 마시라... " 무작정 주시는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당신의 사업을 했다는 것이 기업이요 사기꾼으로 인상지어졌습니다. 사실 그 말은 단순한 험담이 아니라 진실을 찌른 말이었습니다. 두 평도 채 못되는 셋방에 여덟 식구가 사는 집을 돌아보고서는 젊은이의 그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인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사격장 주위로 보따리 장사하는 걸 보았을 때엔 그 젊은이의 말이 사실인 듯이 동감하였습니다. 디스크로 앓아누워 끼니를 못 잇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 젊은이보다 더 욕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성당을 짓는다는 일 자체가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양간에도 기꺼이 오실 수 있는 분을 많은 돈 들여가며 선풍기, 난방기 곁들인 건물을 지어야 옳은 일인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주님,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제사업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앟고 집짓는 일에 많이 신경쓰는 걸 용서하소서."
 
 
  비닐 하우스 같은 천막성당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립니다. 이제 곧 어떻게 해서든지 성당이 세워지고 그때 사람들은 당신의 도우심으로 좋은 집을 지었다고 감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감사 뒤에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는 마음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적어도 거둬진 헌금과 교무금의 1할은 가난한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교회가 장사꾼, 사기꾼 소리를 듣지 않게 되도록 해주십시오. 당신을 향한 찬미소리를 지우려고 전축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되게 해주십시오.
 
 
  부서진 연탄재 같은 영혼, 깨진 접시 같은 마음, 깨진 소주병 같이 날카로운 인정... 이 모든 버려진 것들이 당신 안에서 영원한 휴식을 누리도록 우리와 함께하소서.
 
 
출처 : 마음이여 잔잔히 흘러라
 故윤임규 신부님 유고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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