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백성의 하늘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이신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16 조회수581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임신부님]백성의 하늘
 양기석 2008-06-16[00:43] , 조회 : 7  
 

한나라를 세운 유방을 신하인 역이기가 어느날 나서서 일깨운다.
"신이 듣기로 '하늘의 하늘을 아는 사람이라야 왕업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무릇 임금 노릇을 하려는 이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문열, 초한지 중)

예나 지금이나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먹을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7%의 경제성장률과 4만달러의 국민소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현직 대통령을 만들었다. 우리를 잘 살게 해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현재의 여당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의석을 주었던 것이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수치상의 경제지표만을 중요시 여기는 위정자들로 인해 우리가 예로부터 결코 버릴 수 없다고 여겨왔던 먹을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는 참담함을 몇 사람의 이기적이고 간악한 매국노들에 의해 맛보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우리인데 당연히 행사해야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우리 아이들과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험하게 만든 것이 우리를 먹여살리라고 뽑은 이들이다.

너무나도 황당해서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도 헤깔리게 만드는 것이 지금의 정부의 모습이다. 과학적으로 그 위험이 증명된 위험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부위의 수입과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주장하고 지켜내야 되었을 검역주권까지도 포기하고만 정부는 왜 그렇게 했을까?

선거이전에는 그들에게 하늘이었던 백성이 더이상은 하늘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현위정자들이 하늘로 여기는 것 또한 결코 하늘 위의 하늘이 아닌 것이다. 선거 전에는 세상의 그 어떤 인간보다도 겸손한 이들이지만, 당선되고 나면 그 어떤 인간보다도 거만한 이들이 위정자들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 비정규직 문제, 소외계층의 복지문제, 공공부문의 민영화 문제,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생계위협 등과 같은 수 많은 문제들은 우리들의 각성을 요구한다.

모든 것을 경쟁 논리로 해석하고 풀어가려고 하는 웃기지도 않는 현 정부의 사고는 우리의 하늘인 먹을 것을 공유하며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독차지하려고하는 우리 내면의 이기적인 사고와 맞닿아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물질중심의 삶, 성공지상주의가 우리 삶의 수단으로 머물러야 하는 것들을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목적으로 자리잡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 내가 생명의 빵이다."(요한 6,32-35)

참된 하늘이신 하느님은 백성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그 위에 군림하시는 분이 아니시라 오히려 백성의 생명을 위해 당신의 아들을 그 양식으로 내어주신 분이시다. 진정한 행복이 채움이 아니라 오히려 비움을 통해 이루어짐을 자신을 내어 놓으심으로써 보여주신 분이 바로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 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3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우리의 밥이자, 하늘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웃을 하늘로 섬기라고 가르치신다. 우리가 이루어내야할 그 어떤 성과도, 어떤 결과물도 인간에 우선하지 않음을 말씀하신다. 인간이 곧 하늘이고, 그 인간들 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음을 가르치신다.

나이어린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도심 한복판의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가야하고, 주부들이 어린 자녀의 건강을 걱정해서 그 곁에 함께 해야하고, 이 시대의 수 많은 소외 계층들의 외침이 있는 곳,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찬 저녁바람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들고 모이게 하는 지금의 세태는 그동안 우리가 인간 중심의 삶의 본질을 외면했었다는 자성의 몸부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촛불을 든 이들의 함성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수많은 이들이 거룩하기까지한 몸짓을 보여주는 지금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찾아야될 하느님은 어디계신가? 우리가 만나야될 하느님은 누구와 함께 계신가? 위험한 먹을거리를 걱정하면서 생명의 존귀함을 피부로 깨닫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대자연의 소중함을 지키고자 물길을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났던 이들 속에서, 촛불이 불러모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절박함을 간절히 호소하는 이시대의 소외된 이들 속에서 진정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주어라"(마태 14,16)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를 실천할 것을 요구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응답을 할때가 바로  지금이다.
실천하는 신앙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어 세상을 변모시킬 때가 바로 지금인 듯 하다. 우리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을 주님을 위해 세상에 내어 놓아 세상 사람들이 주님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위험한 먹거리로부터 우리 아이들과 우리 자신들을 지켜야하고, 조상때부터 우리와 우리 후손을 위해 맡겨진 아름다운 이 산들과 강을 지켜내야 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