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하는 우리 귀여운 엄마 이야기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16 조회수478 추천수7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모처럼 만에 얼큰한 찌게를 끓여 늦은 아침으로 두 그릇이나 먹었다.

허겁지겁 다 먹고나서 이러는 내가 참 웃긴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으면서도 먹고 싶은 욕구에 허덕이니 웃기지 않는 일이겠는가?

 

밤새 잠을 못잔 이유도 있었지만 식곤증에 졸음이 쏟아져 쇼파에 길게 누웠다.

어느새 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어수선한 꿈도 꾸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선뜻 잠에서 깨어났다.

 

대강 대강 머리를 빗고 차를 몰고 달려갔다.

아무대고 정처없이 훨훨 달리고 싶었지만 내 차가 멈춘 곳은 당연히 엄마가 계신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 갈 때 내 마음은 요동을 친다.

어떤 표정으로 엄마를 대할까하는 압박감에 가슴이 둥둥거린다.

 

엄마 침대는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을 뿐 엄마가 보이질 않는다.

잠시나마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전화 연락이 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놀라게 된다.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며 분명 서양인들과는 다르게 생기신 우리 엄마가 얼른 눈에 뜨이지를 않았다.. 참 이상했다.. 그 사람이 그사람 같고 도무지 분간이 안가는 것 같았다.

당혹감과 긴장감의 연속이라 그런가 보다.

 

복도 가장자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졸고 계신 귀여운 엄마가 겨우 내 눈에 띄였다.

시간을 보니 금방 점심을 잡수신 모양이다.

식후 때마다 한시간 정도는 의자에 앉혀 드리라는 내 부탁대로 양로원측에서 그렇게 해드린 모양이다.

 

엄마가 참 힘들어 보였다.. 

집에서는 수 백 걸음을 걸어서라도 안방에서 부엌까지 걸어오시기도 했는데 도통 걸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엄마를 깨웠다..

왠일인지 무덤덤하시다. 웃지도 않으셨다.

윗도리는 스웨터를 입으셨지만 아래는 한국인들이 입는 반 속내의 차림이었다.

엄마 옷장을 열어보았더니 여벌들의 바지는 눈에 보이질 않았다.

관리자에게 물어보았다..  아마도 빨래를 하는 중일거라는 말을 전달해 줄 뿐이다.

한 벌도 아니고 네 벌이나 되는 바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양말도 여러켤레 있었는데 엄마가 신은 것 외에 짝짝이 양말이 한켤레 있을 뿐이다.

 

빨래를 하는 중일거라니 무어라고 할 수도 없고 다음 번에 다시 체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휠체어에 앉아 계신 엄마한테 배고프냐고 물어보았다..

양로원을 못 믿어서가 아닌데도 그렇게 묻게 되는 얄팍한 내 마음이다.

엄마의 대답은 엉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배고프다는 말을 하시니 내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가지고 간 푸딩 두 개를 다 잡수시는 것을 보면 배가 고프신 것 같기도 했다.

지난 번 처럼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것이라는 설명을 해드리며 여기가 좋으냐고 했더니 지난 번과는 달리 좋기는 뭐가 좋으냐고 하시며 그저그렇다고 하신다.

가슴이 털컥했다...  괜시리 물어보았다.. 마음만 아프게...

 

담당자를 불러 엄마가 점심을 많이 드셨냐고 물어보았다.

친절한 웃음과 함께 자기들이 떠 먹여드려 아주 많이 잡수셨다고 한다.

한 접시 다 잡수셨나고 또 묻게 된다.. 뻔한 대답을 들으면서도..

더불어 오늘 샤워도 했다는 말을 덧붙여 준다..

집에서는 배가 부르시면 푸딩 두 개를 다 못잡수셨는데... 내 마음이 울적해진다.

 

내 점퍼를 무릎 위에 덮어드리고 문밖으로 나왔다..

화단 정리로 양로원 앞에 있던 꽃들이 다 뽑혀졌고 한 두포기 남은 꽃이 있을 뿐이었다.

엄마가 꽃을 가르키며 참 이쁘다고 하셨다..

 

멀리 갈 수가 없어 양로원 주변을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이렇게 모시고 나오지 않으면 늘 실내에서 햇볕을 쪼이지 못하고 지내실 것 같아 또한 마음이 아프다.

 

따스한 양지바른 곳에 멈추어 엄마랑 오랜만에 기도를 같이 했다.

주모경을 아주 잘 하신다... 사도신경은 그새 잊어버리셨나보다..

내가 사도신경을 외우니까 고개를 끄떡거리실 뿐이다.

 

묵주를 꺼내들고 엄마랑 묵주기도를 시작했으나 역시 잘 못 따라 하신다.

겨우 오랜시간에 걸쳐 환희의 신비 1단을 엄마랑 같이하고 나머지는 나 혼자 중얼 거렸다.

 

배가 아프시고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신다.

안으로 들어가 간호원에게 약을 부탁하고 화장실을 모시고 갔다.

예전보다 걸음을 더 못걸으셨다.

옆 침대에 있던 필리핀 아줌마가 귀여운 엄마가 일어나 종종걸음을 걷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아마도 한 걸음도 못걸으시는 줄 알았나보다.

 

변기에 앉으셔서 볼일을 보라는데 도무지 말을 못 알아들으신다.

여기가 변소라고 알려주었더니 어떻게 여기서 똥을 누냐고 하시며 여기다 똥을 눴다고 누가 때리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내 마음은 또 한번 무너져버렸다.

 

물론 양로원측에서 매를 때리는 일은 없지만 엄마 마음에 우리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는 미리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았다.

변기에 앉아 계시는 것도 엉덩이가 아프셔서 오래는 못 머문다..  엄마 스스로 힘을 주어 배변도 못하시는 관계로  서너 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어렵지만 반복했더니 이럴 때마다 저절로 힘이 들어가 조금이나마 해결이 되었다.

 

기저귀를 갈아드렸다.

집에서는 살에 닿는 부분도 특수 종이로 된 것을 사용했었는데  비닐로 된 기저귀였다.

오래하고 있으면 가려울 것 같았다.

늘 깨끗한 물로 잘 닦아드려 필요성을 못느꼈던 기저귀로 인한 가려움증에 바르는 약을 다 버린 것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하나쯤은 보관해 둘껄....

 

엄마를 침대에 눕혀드렸다. 이내 눈을 감으셨다.

한참을 휠체어에 앉아계셨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문 밖에 나가 햇볕쏘이고 왔더니 졸리신가보다.

엄마가 가끔 눈을 뜨고 갓난 아기처럼 나를 바라본다.. 내가 어디로 갈까봐 그러는 모양이다.

한참 주무시는데 간호원이 그제야 약을 가져왔다.. 엄마가 드시기 좋게 죽처럼 된 약을 가져왔다.

생각보다 잘 받아잡수셨다.. 그리곤 또 눈을 감고 뜨고를 반복하셨다.

 

잠에서 깨어나시면 금방 또 내가 왔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실 것을 알면서도 내 마음은 무척 아프다.

엄마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살그머니 엄마곁을 빠져나왔다.

옆 침대의 필리핀 아줌마가 엊저녁에 엄마가 기침을 많이 했다고 전해주며 어제는 너의 브라더가 (오빠) 왔다가 갔다고 전해준다..

오빠가 얼마나 머물다 갔냐고 물어볼 뻔했다..  신경 안 쓰기로 했으면서도 자꾸 오빠한테서 트집을 잡아 내려고만 하나보다..  내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필리핀 아줌마가 고마웠다.  필리핀 아줌마는 조용하기만 한 우리 엄마가 좋은 룸메이트라고 좋아하기도 한다.

 

기침이야기를 간호원한테 하려다가 나랑 있을 적에는 한 번도 기침을 안 하셨기에 괜시리 약만 드시게 되면 나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엄마를 두고 나올 때는 양로원을 찾아갈 때 처럼 또 마음에 요동이 일어난다..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랑하는 나의 귀여운 엄마 ,  정말 죄송해요..

다시 한 번 건강치 못한 것만으로도 불효를 하는 내가 미워진다..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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