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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기로운 삶" - 2008.6.26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26 조회수476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8.6.26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열왕기하24,8-17 마태7,21-29

    
 
                                                 
 
 
 "슬기로운 삶"


아침성무일도 중
다음 시편 대목이 말씀 묵상과 관련되어 생각납니다.

“언제나 하느님을 자랑삼고, 당신의 이름을 항상 기려왔건마는,
  이제는 우리를 뿌리치고, 부끄럽게 하시며,
  우리 군대와 함께 아니 나오시나이다.
  일어나시어 우리를 도우소서.
  당신 자비 내리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시편44,9-10.27).

진정한 힘은 하느님에게서 나오고, 내적 힘의 원천은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힘, 기도의 힘입니다.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기본에 충실한 것이 슬기로운 삶이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삶입니다.
 
작고 약해도 기초가 튼튼한, 기본에 충실한
나라나 공동체, 개인은 결코 망하지 않았습니다.
 
부(富)와 세속화의 타락으로 망해갔던 수도원들의 개혁은
언제나 가난과 사막의 고독을 회복함으로
본질적인 기본에 충실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작아도 기본에 충실함으로
내적 힘을 지닌 나라나 공동체, 개인은 아무도 손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우리 사회는, 우리 공동체는, 나는 기본에 충실한지요?

며칠 전 외출 시 수도원 정문에서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나이와 신분을 생각해 공적 일로 외출 시는
정장을 하는 데,
바로 수도원 정문 옆 정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봉사하는 두 형제들을 만난 것입니다.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진정 내적 힘이구나.
  말이 아닌 그 진실 소박한 삶으로 상대방을 부끄럽게 하여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것!’ 이란 깨달음이었습니다.
 
수도승 본연의 단순 소박한 삶 자체가 내적 힘의 원천이며,
또 이런 삶을 사랑하여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여기 수도원을 찾습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산상설교의 결론부분입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7,21).

막연하고 추상적인 아버지의 뜻이 아니라
지금까지 산상설교의 말씀이 아버지의 뜻입니다.
 
이 산상설교를 그대로 살아
비폭력, 무저항의 영성으로
백만 대군의 영국군을 물리치고
인도 독립의 기초를 놓은 힌두의 성자 간디입니다.
 
이 아버지의 뜻인 산상설교에 따라
기본에 충실한 삶이
바로 반석이신 주님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삶이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아느냐’가 아닌 ‘얼마나 사느냐’가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마테7,24-25).

과연 이런 우리나라, 우리 공동체, 나의 삶인지요?

돈이면 전부라는 실용주의에 눈이 멀어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하느님, 도덕, 양심, 정의를 다 제쳐놓고
돈보고, 경제보고 대통령을 뽑은 결과가 오늘 날의 혼란입니다.
 
돈에, 천민자본주의의 실용주의에 바탕 둔 나라나 공동체, 개인들
모두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아
십중팔구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을 받다가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1독서에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일삼다
바빌론에 멸망을 자초한 여호야긴 임금,
바로 하느님의 반석이 아닌
헛된 우상들의 모래 위에 나라의 집을 지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마태7,26-27).

삶의 목표는 보이는 외적 성취가 아니라
‘참 사람이 되는' 내적 성취입니다.

진정한 영적 삶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외적 ‘직선의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과정에 충실한 내적 ‘곡선의 삶’입니다.
 
이래서 사람이 되는 공부를,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리 수도승들 역시 무슨 일을 ‘하기위해서(to do)’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위해서(to be)’ 수도원에 왔습니다.
 
가끔 사제가, 수도자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도 듣지 않습니까?  
 
돈이 되는 공부에 몰두하다보니
사람이 되는 공부가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교육,
그대로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교육입니다.

과연 우리의 삶은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삶입니까?
 
혹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삶입니까?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주님은 오늘도 우리 모두
반석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저의 바위이십니다.”(시편18,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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