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휴가 가서까지도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05 조회수453 추천수1 반대(0) 신고
호주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였던 모리스 웨스트(Morris Langlo West, 1916-1999)는 70 번 째 생일을 지낸 후 자서전 『A View from the Ridge(벼랑 끝에 서서)』를 출판하였는데
‘벼랑’은 70 이라는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였다.
그가 75세가 되면서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감사합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영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해졌다는 증거입니다. 이 말을 명심하고 사십시오.”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자서전에서 밝힌 대로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숱한 상처와 배신감을 맛보았다. 심지어는 그가 사랑하는 교회로부터도 거부를 당했다. 그는 용서하지 않으면, 상처를 내려 놓지 않으면, 과거에 억매여 살게 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감사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깊은 상처를 가진 채로 어른이 된다. 상처 받지 않고 자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위스의 여성 심리학자인 앨리스 밀러(Alice Miller)가 말했다.
우리 모두 요람에 있을 때부터 모리스 웨스트처럼 자서전을 쓸 만큼 철이 들 때까지 아무도 제대로 사랑을 받거나, 제대로 보살핌을 받거나, 제대로 인정을 받거나,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거부를 당하고 비난을 받은 기억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밀러는 이를 ‘영재의 드라마(the drama of the gifted child)’라고 불렀으며 ‘유일하게 그리고 지능적이고 감성적이고 많은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충분히 인정을 받지 못하고, 충분히 존경을 받지 못하고, 충분히 영예를 누리지 못하고 살고 때로는 심하게 거부 당하고 비난을 받으면서 사는 연극’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모두 감사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공손하기는커녕 신경질적이며, 관대하지 못하고 자주 화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밀러는 중년이 지나서 가장 중요한 일은 슬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밀러는 인생의 밑바닥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로 실컷 울어봐야 한다고 말했다.중년이 되고 나서는 “내가 상처를 받았는가?” 가 아니라 “나의 상처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들의 상처는 자동차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되어 장애를 안고 사는 것과 같다. 자동차 사고로 절름발이가 되어 영원히 불구로 살아야 한다면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고두고 슬퍼하느냐 아니면 용서하느냐, 화를 내면서 사느냐 아니면 성실하게 살려고 애쓰느냐, 여생을 ‘사고가 없었다면’ 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사느냐 아니면 즐겁게 사려고 애쓰느냐 하는 일밖에 없다.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에서 안식일을 맞아 안식일을 기념하거나, 쉬거나, 즐기거나, 기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며 용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쉬고 정기적으로 기도하고 정기적으로 기념하고 정기적으로 휴일을 즐기는 것은 우리가 하늘나라에서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여 지쳐 있어 휴가를 얻어 한적한 곳으로 가서 쉬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지 사고(事故)가 아니다. 즐기기 위하여 휴가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돈과 시간을 들여 휴가를 즐기고 돌아와서 휴가 전과 같이 피곤해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용서하지 않으면 어렵게 얻는 휴가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휴가 가서도 피곤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또 쉬지 못한다면 또는 와인을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도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휴가가 아니다. 걱정하고 우울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피로를 풀지 못하면 그것은 휴가가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잔다거나 경치 좋은 곳으로 간다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친구를 만난다고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피로함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상처를 받거나 사랑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슬픔이나 후회하는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용서하면 피로가 깨끗이 씻어지게 된다.
 
죽기 전까지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용서하는 것이다.
슬퍼하면서 또 화를 내면서 죽지 않으려면 상처를 준 사람이나 자기 자신을 용서해야 하며 삶 자체를 용서해야 하며 불공평한 인생을 주신 하느님을 용서해야 한다.
감사는 갈등의 좋은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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