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 이사야 입문[1/5] - 이사야서의 형성 과정(이사 1,1-66,24)

66개 장으로 엮은 모음집인 이사야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 글들이 모두 동일한 시대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구약에서 어떤 책의 저자가 여럿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는 구약 성경의 적지 않은 책들이 다수의 저자들에게서 쓰인 편집물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무명인데 반하여, 이사야서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한 시대를 살았던 특정인의 이름 아래 전해진다. 아마츠의 아들 이사야이다(1,1).

사실 많은 이들이 이사야서 전체가 이 한 사람에게서 유래한다고 믿었고, 또 아직도 그런 주장들이 있다. 이에 관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견해는 기원전에 저술된 집회서에 잘 나타나 있다. 집회서는 히즈키야 임금의 치세 때 이사야의 활동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사야는 위대한 영의 힘으로 마지막 때를 내다보고, 시온에서 통곡하는 이들을 위로하였다. 그는 영원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일들을 보여 주었고, 숨겨진 것들을 미리 알려 주었다’(집회 48,24-25).

그러나 저자가 여럿이라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이른바 제2이사야의 시작인 40장의 첫머리에 나타난다. 이는 분명하게 어떤 중간 과정도 없이 그 배경이 기원전 8세기에서 갑자기 기원전 6세기의 유배 시대 한가운데로 옮겨 간다. 이사야는 홀연히 사라지고, 아시리아는 바빌론으로 바뀌고 이후 이 바빌론만 언급된다. 그리고 바빌론을 정복하고 유다인들이 귀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장본인인 페르시아의 임금 키루스가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언급된다(41,2; 44,28; 45,1).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할 때, 40장과 함께 새로운 책이 시작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의 단일성을 증명하려 하기보다는, 이사야서가 합성물임을 수긍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의 완성은 56─66장이 전제하는 바와 같이 유배 시대 이후이자, 귀향 이후에 이루어진다. 이 책의 편집자들은 흩어져 있는 조각들만이 아니라 이미 문집이라 할 수 있는 자료들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사야서의 핵심은 주로 자전적인 요소들로 되어 있는데, 특히 자기의 소명과 예언자로서의 사명 수행에 대해서 예언자 자신이 들려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6장).

아무튼 예언자 자신이 직접 기록을 했다는 사실이 8,1.16과 30,8 같은 본문들에서 밝혀지기는 하지만, 그가 선포한 신탁은 많은 부분 그가 직접 기록하지 않고, 그의 지시에 따라, 또는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가 선포한 말과 사건들의 일치를 드러내고자 그의 제자들이 기록했을 것이다. 이사야의 제자단은 먼저 그의 가족, 곧 상징적인 이름을 주어 자기의 사명 수행에 참여시킨 아들들과, 8,3에서 여예언자로 불리는 그의 아내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확대된 제자단, 진정한 의미의 ‘이사야 학파’는 스승의 신탁들을 문학적 기록으로 두루 남겼다.

이들은 또한 기원전 587년에 일어난 예루살렘 함락과 성전의 파괴 그리고 유배라는 대환난 이후,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의 핵심이 되는 충실한 ‘남은 자들’을 이루었음에, 또는 적어도 그들을 예시했음에 틀림없다. 또한 이사야에 담긴 내용들의 규모에 대해서는 추측만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여러 문집들이 이사야서에 받아들여질 때에, 구원과 공정의 도식으로 구성되었기에, 최종적으로 편집 때는 이들을 전체적인 틀 속으로 집어넣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1장은 책 전체의 도입 부분으로서, 여러 시대의 신탁들 가운데에서 선별한 것들로 이루어졌으며, 예언자의 선포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녔던 것 같다.

이사야서가 예언서들의 총합이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이 사실은 이사야가 생애 중에 그리고 사후에 백성의 기억 속에 남아 수행한 그의 실제적 역할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 주기 때문이다.[계속]

[참조] : 이어서 ‘4. 이사야 입문[2/5] - 예언자 이사야’이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