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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뱀과 독이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03 조회수453 추천수6 반대(0) 신고
 
 

뱀과 독이란? - 윤경재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마르16,15-20)

 

오늘 복음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다.”라는 구절에서 나오는 뱀과 독은 인간에게는 천적과 같은 존재입니다. 창세기에서 뱀은 인류의 조상 아담을 유혹하여 죄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또 독을 마시면 온몸이 굳으며 심장이 멈추어 사망에 이릅니다. 뱀과 독은 인간의 지닌 치명적 약점을 상징합니다. 그럼에도 해를 입지 않는다는 말씀은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에게 뱀과 독이 더 이상 해롭지 않게 된다는 약속입니다. 자신이 지닌 약점을 겁내지 않고 마주친다면 오히려 장점으로 삼아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은 모두 한두 가지씩 약점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건강에서, 외모에서, 성격에서, 집안환경에서, 지적 능력에서, 심리기질에서 남과 비교하여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면이 꼭 있습니다.

그런 약점을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습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자신의 어린 아들 아킬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스틱스 강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손으로 잡은 그의 발목은 젖지 않았고 이것이 유일한 약점이 되었습니다. 용감한 영웅 아킬레스는 트로이 전에서 맹활약하였으나 발뒤꿈치에 파리스가 쏜 화살을 맞아 전사했습니다. 그리하여 발뒤꿈치 위의 힘줄을 가리키는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을 일컫는 의미로 쓰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그런 약점을 감추고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어쩌다가 약점이 드러나면 굉장히 부끄러워하거나 움츠러듭니다. 아킬레스 신화에서 보듯 약점은 주로 인간에게 파멸을 가져다줍니다. 남의 약점을 들춰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저지른 실수나 약점이 나중에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약점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어둔 그림자 바로 곁에 밝은 햇살이 빛나듯이 한 사람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 약점에 연연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다른 부분에서 보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됩니다.

오늘이 축일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은 그 성품이 매우 강직하고 다혈질이어서 자주 화를 내는 편이라 수도원의 장상이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께서는 늘 이런 약점에 유의하라고 충고하였습니다. 그도 장상의 말에 순명하며 이런 약점을 다스리려 숫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하비에르의 이런 열정적인 성품을 아시아 지역 선교에 사용하셨습니다. 16세기 중반 열악한 환경에서 견디도록 이끄셨습니다. 문화와 언어와 종교가 낯선 땅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립핀, 일본 등지에서 주님께서는 그와 함께 일하시며 인간적 약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그리스도교 선교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사람에게 영세를 주었습니다. 그는 주님의 도움으로 ‘인도의 사도’가 되었으며, 또한 ‘일본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이방인의 사도인 바오로도 역시 인간적인 약점이 장점으로 변한 분입니다. 그는 명민한 두뇌의 소유자로 남보다 앞서 생각하며 자충우돌 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무척 싫어했으며 또 마음먹은 것은 꼭 실행에 옮겼습니다. 바오로 서간 곳곳에서 이런 모난 성격이 드러납니다. 만약 그가 선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까다로운 성격 탓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지탄을 받았을 겁니다. 바오로는 그런 자신의 약점을 가시라고 표현했습니다.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 나를 줄곧 찔러 대 내가 자만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2코린토 12,7)

특히 사도 바오로는 로마로 압송돼가는 수인 여행 중에 몰타 섬에서 뱀에 물렸어도 아무 해를 입지 않는 놀라운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때의 뱀은 몰타 원주민들이 바오로를 살인자일 거라 생각했던 오해를 상징합니다. 그는 이 체험을 통해 주님께서 자신과 늘 함께하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뒤로 바오로는 복음을 선포하면서 겪는 숫한 오해와 악담, 질투와 훼방을 그때의 뱀과 독으로 여기고 이겨냈습니다. 주님께서 바오로에게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신 셈입니다. 

우리는 교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교형자매들과 관계 맺으며 주님께 나아가는 신앙생활을 합니다. 이때 적지 않은 인간적 약점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약점들을 통해 서로 상처를 입거나 상처를 줍니다. 그러고는 그 상처 탓에 신앙생활을 훼방 받거나 그만 접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것이 뱀에 물리고 독에 노출되어 해를 입은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뱀에 물릴 수 있습니다. 그때 놀라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주시는 것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뱀과 독마저 이용하시는 주님의 지혜를 헤아려야 합니다.

참된 복음 생활과 복음 선포는 우리에게 뱀과 독을 이겨낼 힘을 주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늘 함께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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