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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02 조회수1,045 추천수1 반대(0) 신고

221002. 연중 제 27주일.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
 
가을이 익어갑니다. 주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도 여물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믿음”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는 패망의 길을 걷고 있는 유다에 대한 예언자 하바쿡의 하소연을 통해 주님의 말씀을 전해줍니다. 곧 정해진 때는 늦어지는 듯해도 오고야 말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말합니다.
 
“의인은 성실함으로 산다.”(하바1,4)

여기서 ‘성실함’으로 번역된 원어의 뜻은 성실함, 확고함, 믿음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신약에서는 ‘믿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하바꾹의 이 구절을 인용하여, “의인은 믿음으로 살 것이다”(로마 1,17)라고 합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성령의 도움으로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곧 믿음의 삶을 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주어지는 믿음과 사랑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을 지키십시오.”(2티모 1,14)

오늘 <복음>에서는 사도들이 예수님께 믿음을 청합니다.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

그런데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믿음을 더해주기를 청하는 제자들의 간청을 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꾸짖고 질책하십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
 
왜 그러실까요? 제자들이 더 믿고 싶어 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왜 제자들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질책을 하실까요?
 
그것은 제자들의 이 청원의 배경에는 그들의 그릇된 믿음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곧 그들은 믿음을 마치 규모나 양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믿음을 더 크고 더 많은 것으로 더하여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믿음을 양적인 개념이 아니라 질적인 개념으로 말씀하십니다. 믿음의 크고 작음 혹은 많고 적음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참된 믿음, 진정한 믿음인지를 보십니다. 곧 믿음의 질적인 확실성과 순수성을 보십니다. 그래서 비록 “겨자씨”만한 아주 작은 믿음이라 할지라도 그 믿음이 순수하고 확고하면 그 믿음의 권능이 드러날 것이라고 하십니다.
 
동시에, ‘믿음’을 이룰 수 있는 능력으로 말씀하십니다. 곧 믿는 대로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믿음은 전능함이요 불신은 무능임을 말씀해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혈하는 여인이 나았을 때에도 “딸아,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8,48)라고 하시고, 예리고의 눈먼 이의 치유 장면에서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8,42)고 하십니다. 그러나 반대로 믿음이 없는 당신의 고향 나자렛 사람들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편,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는 이 간청에는 그들이 이미 믿음을 지니고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이미 가지고 있는 그 믿음 위에 믿음을 더해달라고 간청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지닌 그 믿음이 진정한 믿음인가를 보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너희에게 진정한 믿음이 있는지 보라. 사실, 너희에게는 믿음이 없다. 만약에 너희에게 믿음이 있다면 돌무화나무를 한마디 말로 옮겨 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곧 믿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믿음이 이미 있다는 그릇된 믿음으로 자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 많느냐 적느냐, 크냐 작느냐 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그 믿음이 올바른지 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종에 비유하여 겸손으로 섬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종이 주인의 분부대로 다 하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듯이, 제자들이 당신의 분부를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임을 말해줍니다. 곧 제자들에게 사도직을 다 수행했다고 해서 교만해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진정한 믿음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주님을 신뢰하고 의탁하는 겸손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은 늘 그분 앞에서 겸손합니다. 겸손한 섬김은 믿음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그렇습니다. 주님!
분부 받은 일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섬기는 일이 바로 그 일입니다.
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부하신 대로 섬기게 하소서!
혹 그대로 하였다고 해서 교만하지도 않게 하소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혹 다 하지 못하였다 해도, 언제나 감사하게 하소서!
분부를 해 주심에 감사하고, 섬길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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