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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26일 월요일 성 필리보 네리 사제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26 조회수717 추천수13 반대(0) 신고
 

5월 26일 월요일 성 필리보 네리 사제 기념일 - 마르코10,17-27



 “너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제 기념일족한 것이 하나 있다.”

<슬픈 얼굴, 쓸쓸한 뒷모습>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두 가지 영상이 계속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슬픈 얼굴로 예수님 곁을 떠나가는 부자 청년. 그는 결국 자신이 걸치고 있는 부와 명예, 안정된 생활에 대한 미련을 결국 버리지 못하고 쓸쓸히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청년의 마음 안에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동경, 보다 경건하고 영적인 생활을 위한 의지로 가득 찼지만, 최종적으로 재물에 대한 집착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금 현실로 돌아갑니다.


   그런 부자 청년의 모습에 이어 가난과 결혼했던 가난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보다 적극적인 예수님 추종을 위해 집을 떠납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예수님의 ‘머리 둘 곳조차 없었던 가난’을 그대로 자신의 삶 안에 재현하기 위해 부와 명예, 가족을 떠납니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상당한 부를 소유하고 있었던 잘 나가던 가문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을 프란치스코가 물려받아 더욱 번창시켰으면 하는 바람도 컸습니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출가한 프란치스코에 대한 실망도 더욱 컸습니다. 집요한 부친의 집착을 떨쳐버리기 위해 프란치스코는 눈물을 머금고 극단의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프란치스코 영화를 본 분들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대성당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옷을 훌훌 벗습니다. 완전히 알몸이 될 때까지. 그리고 그 옷을 아버지에게 건넵니다. 하느님 앞에, 사람들 앞에 완전히 알몸으로 섭니다.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정녕 머리 둘 곳조차 없는 또 다른 예수님의 모습으로 교회를 나섭니다. 그리고 프란치스    코는 ‘쓰러져가는 중세 교회를 일으키기 위한 머나먼 투쟁’을 시작합니다.


   그 순간은 프란치스코가 그간 자신이 걸치고 있었던 세상에 대한 미련과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해방의 순간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청년, 참으로 신심이 깊은 청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만나 뵙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영적인 삶을 살겠다는 의지로 충만했습니다.


   예수님을 대하는 그의 자세도 훌륭합니다. 무엇보다도 겸손합니다. 존경의 표시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예의도 아주 바릅니다. 예수님을 향해 사용하는 존칭도 극존칭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던지는 질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참으로 놀랍습니다. 다른 청년들이 노느라고 바쁘고, 우선 눈앞에 닥친 현실 문제, 자기 극복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쁜데, 이 청년은 대단합니다. 다른 청년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는 평범한 신앙인으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계명에만 충실한 보통 수준의 신앙생활에 머물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신앙을 보다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특별한 청년이었기에 예수님께서도 그를 눈여겨보십니다.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그의 신앙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그가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더욱 영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완전한 사람으로 이끌기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예수님의 제안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완벽한 이탈’ ‘절대적인 포기’를 요구하셨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청년이었기에, 슬픈 얼굴로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부자청년의 모습은 어찌 보면 바로 오늘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부자청년의 얼굴은 하느님과 세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들의 얼굴입니다. 부자청년의 쓸쓸한 뒷모습은 예수님 추종과 현실에 대한 안주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들의 뒷모습입니다. 부자 청년의 슬픔은 무미건조해보이고 고리타분해 보이는 영적생활과 휘황찬란해 보이는 세상의 쾌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 현실의 반영입니다.


   예수님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종하기 위해 오늘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거짓 신앙, 헛된 우상숭배, 현실에 대한 지나친 집착입니다.


   예수님을 ‘넘버원’으로 삼지 않는 신앙, 예수님을 입력번호 1로 설정하지 않는 신앙, 결국 재물을 예수님 보다 더 우위에 두는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39번 / 하나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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