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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씀으로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25 조회수512 추천수6 반대(0) 신고
 
 
 
 
어제 우리 인평본당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배론 성지를 다녀왔다.
원래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어르신 나들이행사로 지내던 것을
성모회원들과 사회복지위원들이 합심하여 행사를 치른 것이다.
고맙게도 성모회원들이 감사하게도 회원들끼리 나들이 가려고 하던 것을 포기하고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일일 봉사자로 나선 것이다. 감사하고 기특한? 일이다.
배론 성지에 대해 버스 안에서 전임 성지담당 신부님의 강론테잎을 들으면서
배론이 참으로 순교자의 땅이구나 싶었다.
강론테잎에서 신부님이 “성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비로소 성지순례가 시작된다.
음식점에서 음식 향기를 몸에 베어오듯이, 이곳 성지를 떠나면서 순교자의 향기를 몸에 베어가지고 가는 것이다.”란 말씀을 해주셨다.
참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식 향은 금새 몸에 베이고 또 오래동안 베이고 누구든지 쉽게 맡을 수 있는데,
이 순교자들이 향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아무도 몰라주는 무명의 순교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게다가 황사영 알렉시오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처럼
그들의 삶이 이미 성인의 반열에 들고도 남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품에 오르지 못한 것처럼, 우리 신앙인들의 하루 하루의 삶도 많은 경우 좋은 방향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자녀와 아내를 위해, 그리고 시부모와 남편을 위해 나름대로 사랑과 정성을 들이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게 뭐냐”는 식이니,
우리가 아무리 순교자와 같은 희생과 사랑의 삶을 살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순교의 삶, 신앙의 삶은 음식 냄새처럼 강하지도 않고
누구든지 맡을 수 있는 향기가 아닌 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의 의미도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가 싶다.
“보고 맛보고 만져 봐도 알길 없고 다만 들음으로써”만 믿을 수 있을 뿐이다.
즉, “받아 먹으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다.”하는 사제의 음성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제 배론 성지에서 성지 담당 여진천 신부님의 제의를 보고
아, 저것이 바로 순교자의 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 제의가 온통 빨간 색 한자로 가득했는데 그것은 황사영 순교자가 작성한 백서 13,384자였다.
위에서 아래로 써 내린 한자는 너무나 정확하고 정갈했으며,
마치 순교자가 자기 피로 써내린 것 같았고, 또 어린 양이 흘린 피로 물들인 순교자들의 옷처럼 보였다(묵시 7,14).
그 제의처럼,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체 성혈은 예수님도 순교하셨음을 알려준다.
돌을 빵으로 만들고, 높은데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사탄앞에 무릎을 꿇고 절했다면 온 세상 권세가 주어졌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하느님이 뜻하신 대로 십자가에 자기 몸을 던져 몸이 부서지고 피 흘렸단 사실을 성체와 성혈은 말해주고 있다.
또한 오늘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 성체와 성혈은 우리가 받아먹고 마실 음식인 것을 알려준다.
빵과 포도주로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탄이 나타나서 돌로 만들어보라고 한 그런 빵이 아니다.
그런 빵은 육신을 배부르게만 하는 빵이다.
그런 빵은 아무리 먹어도 또 다시 배가 고프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 고픈 이상 없는 것이다. 육신의 배는 고프지 않는 한 음식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또 배가 고프다는 것은 먹을 음식을 먹지 못했다는 것이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그 음식이 없다는 뜻이다.
늘 배고프게 만드는 음식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사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배고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님이 주신 이 빵은 그런 빵이 아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만나를)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밀가루와 포도주로 된 빵이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말씀 때문에 그분의 몸이 되고 그분의 피가 된 것이다.
하느님이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긴 것처럼,
예수님도 “젊은이여 일어나라”하시자 죽었던 사람이 일어나게 하신
그 “말씀으로” 된 그분의 몸이고 그분의 피다.

그러니 우리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해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그런 빵과 포도주가 아니고 그분 몸이고 피다.
그 몸과 피를 거룩하게 영할수록 우리가 바로 그분의 살이 되고 피가 될 것이다.
오늘 영성체 때는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그분의 몸을 영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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