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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 - 2008.5.25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25 조회수454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5.25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신명8,2-3.14ㄴ-16ㄱ 1코린10,16-17 요한6,51-58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너무나 자명하고 염연한 현실입니다.
우리 일상의 삶을 보아도 먹는 것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 실감합니다.
 
‘먹는 것이 사는 것이다.’ 할 정도로 곳곳에 널려있는 음식점이요,
하루 중 많은 시간이 먹는 것에 할애되기도 합니다.
 
먹는 것이 우선임은
다음 1독서 신명기의 말씀 안에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이미 주님의 말씀에 앞서 전제되어 있는 게 빵입니다.
문제는 육신의 빵에만 집중되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생명의 빵인 주님의 말씀이, 주님의 성체가
잊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육신의 빵만으로는 사람 되기 힘듭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살아있는 빵 없이,
땅의 빵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이상이 없는 땅의 현실만의 결과는 허무와 절망뿐입니다.
 
애당초 삶의 의미를, 하느님을 찾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위기는 하늘의 비전이 사라져가고
‘돈만 되면 무엇이든 한다.’ 는 실용주의가
온통 땅을 덮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촛불시위도 사람 중심이 아니라
이익추구의 돈 중심의 현실에 대한 저항입니다.

오늘 1독서 신명기는
그대로 우리 인생여정을 상징적으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불 뱀과 전갈이 있는 크고 무서운 광야, 물 없이 메마른 땅’
그대로 우리의 거칠고 험한 광야인생여정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이 광야여정 한 복판에는 인도자이신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다음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이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
 
사십 년 대신에 내 나이를 넣으면
더 내 광야인생여정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내 산 햇수만큼
오늘 여기까지 인도해주신 주님이십니다.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짐에서 이끌어내신
  주 너희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세례성사를 통해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해주신 주님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입니다.
 
기억이 영성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망각의 병 때문에,
하느님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바치는 미사요 성무일도의 기도입니다.

오늘 신명기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 중에서 주목되는 게
만나요, 물입니다.

굶주린 백성을 하늘 만나로 배불리시고,
차돌 바위에서 물이 나게 하심으로 목마름을 해갈시키신 주님이십니다.
 
‘만나와 물’ 바로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을 상징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을 상징하는 만나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차돌 바위에서 솟아나는 물,
바로 그리스도의 성혈을 상징합니다.

우리 광야여정의 인도자는 그리스도뿐입니다.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우
리의 어둡고 험한 광야여정에 우리 삶의 방향을 가리켜 주는
북극성 같은 그리스도입니다.
 
이 광야인생여정 중 인도자 그리스도를 잃어버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육신의 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땅의 빵과 동시에 하늘의 빵을 먹어야 비로소 인간입니다.
육신과 영혼, 땅과 하늘로 이루어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땅만 보지 말고 하늘도 보고 살라고 눈 들면 온통 하늘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은 바로 그리스도요,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성혈을 의미합니다.
 
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 그리스도를 먹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삶의 목표와 삶의 의미인 그리스도를 모셔야
인생광야에서 방황하지 않습니다.
 
존엄한 인간품위를 지니고 살 수 있습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세상의 숱한 양식들 참된 양식이 아닙니다.
세상의 숱한 음료들 참된 음료가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는 영적양식의, 영적음료의 그리스도만이
참된 양식이요 참된 음료입니다.
 
이 그리스도를 먹고 마시지 못해
그리도 영혼이 배고프고 목마른 것입니다.
 
그 자리에 쾌락과 탐욕의 현세지상주의가 스며들고
결국은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에 매몰되어가는 사람들입니다.

하여 육체는 비만인데 영혼의 영양실조 환자들이 그리도 많습니다.
 
이 참된 양식, 참된 음료 그리스도 빠진 모든 건강 대책.
모래 위에 집짓기입니다.
 
진정 참된 양식, 참된 음료인 그리스도를 먹고 마실 때
주님과의 일치요, 뚜렷한 삶의 중심에 삶의 의미요, 영육의 건강입니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체력만으로는, 정신력만으로는, 의지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내 힘으로 살려는 교만 때문에 살수록 힘듭니다.
여유도 없고 삶도 날로 팍팍해 갑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살다보면 가정공동생활이나 수도공동생활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이
자주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내 힘으로 살려니 그리도 삶이 힘든 것입니다.
 
주님을 먹는 사람은 주님으로 말미암아 삽니다.
주님의 힘이 내 힘이 되어
주님의 힘으로, 주님의 마음으로 사는 것이니
결코 지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의 힘으로 사니
많이도 가벼운 삶일 것입니다.
 
믿음부족으로 불필요한 근심, 걱정, 탐욕, 질투, 불안, 두려움 등
온갖 무거운 짐을 자초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살 줄 몰라, 어리석어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한 몸을 이뤄주는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의 은총입니다.

미사 시 우리가 축복하는 축복의 잔 성혈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나누는 빵 성체는 그리스도의 몽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친교요 일치입니다.
빵은 그리스도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 그리스도뿐입니다.
 
그리스도 한 몸의 사랑 안에서 서로간의 친교요 일치입니다.
 
이 성체성혈의 은총 있어 비로소 가능한 교회공동체입니다.
모든 것이 다른 우리 수도형제들이
한 몸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 수 있는 기적도 순전히 미사덕분입니다.
 
말 그대로 영육이 살기위해, 건강한 한 몸 수도공동체로 살기위해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지난 5월5일 타계한 소설 ‘토지’의 작가 박 경리 선생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에세이 중 일무 대목입니다.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꽃이라든가 짐승이라든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이 아름답습니다....
  자기를 위한다는 것은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존심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받드는 것을 말합니다.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를 통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 그리스도를 끊임없이 모심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점차 우리의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자존심도 분명해 질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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