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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25일 야곱의 우물- 요한 6, 51-58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25 조회수493 추천수3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그러자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요한 6,51-­58)
 
 
 
 
앞서 예수님은 빵의 기적(1­-15절)을 일으키셨고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라고(22­-51절) 계시하셨습니다. 잘 먹고 배불렀던 기억에 많은 유다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만, 이제는 육체의 양식보다는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으로 예수님 자신의 살과 피를 내놓으십니다. 직접 자신의 몸을 바치시겠다는 말씀에는 모두들 어리둥절해합니다. 유다인들에게는 현세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급했습니다. 예수님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그 말씀을 알아들을 지혜가 아직 부족합니다. 예수님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보여주는 말씀이었지만 누구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빵은 잠시의 배고픔을 해결해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빵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의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것처럼(4장), 생명의 빵을 먹으면 영원히 배고프지 않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51ㄱ절)라고 하셨듯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의 빵만이 세상에 생명을 줍니다. ‘하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을 가리킵니다. 그 빵은 바닥나지 않고 계속 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51ㄷ절)은, 마르 14,24의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를 상기시킵니다. 헌신적인 죽음으로 세상을 구원하실 뿐더러 먹여 살리시기까지 하십니다. 세상을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시겠다는 뜻이면서, 성체성사적인 중단 없는 선물을 예고하십니다. 성체성사로서 세상이 예수님의 몸을 먹고 생명을 얻기를 바라십니다. 무상으로, 대가 없이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52ㄴ절) 유다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오해하고 불신합니다. 그들에게는 육신의 배고픔을 채우고 현세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예수께 다른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천상의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영원한 것의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보이는 것에 전전긍긍합니다.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이의 제기에 강도 높은 답변을 하십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53절) 예수님 없이는 죽는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참된 음식이요 참된 음료이기 때문에, 가짜 음식과 가짜 음료로는 버틸 수 없습니다. 피에 대한 언급이 섬뜩하기는 하지만 장차 흘리게 되실 피를 암시합니다. 당신 죽음으로 우리의 죽음을 막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께서 너무나 이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세상에 보내신 외아들이며 십자가에 들어 높여진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눈에 보이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이제 인간이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게 하시어 하나도 남김없이 자신을 다 털어 헌신하십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성체성사에서 외적으로 드러납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 사랑을 두고두고 체험하고 기념하며 기쁨을 누리는 일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56절) 1인칭을 사용하여 예수님의 자기 계시를 더욱 강조합니다. 그분이 내 안에, 내가 그분 안에 머무는 완전한 일치에서 내적인 결속, 인격적 일치가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강생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빵으로 먹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천상적 사람의 아들로 신적 생명의 전달자이십니다. 그래서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는 지상 예수님의 육체적 살과 피가 아니라 천상의 영으로 가득 찬 살과 피를 가리킵니다. 성사로서 살과 피를 모신 이는 천상의 그리스도와 지상에 내려와 살다 간 예수가 같은 분임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함께 살과 피를 모신 공동체는 예수님과의 친교를 나눈 형제로서 인격적 공동체를 이룹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체성사의 공동체에서 영원한 양식을 얻어 성장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라 살아 있는 빵이요, 조상들이 먹은 만나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58절)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늘 굶주림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약속의 땅으로 가는 백성에게 음식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먹은 만나와는 다릅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입니다(27절). 예수님이 주시는 살아 있는 빵은 목숨을 연장하거나 죽음을 면하게 하지는 않지만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완성되어 영적 생명을 줍니다.

 
성체성사는 영원히 변치 않는 예수님과의 친교를 이루는 신비의 성사입니다. 예수님이 구원의 양식이요 생명의 원천이심을 믿어 고백하는 성사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고 기념하는 구체적인 자리입니다. 그 믿음은 갈증뿐 아니라 배고픔도 해결해 줍니다. 성체는 인간에게 그리스도와 맺는 가장 농축된 인격적 관계를 완성시킵니다.
 
부활 이후 5월의 전례는 예수님이 떠나시면서 남은 자들과 후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마련하신 선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천 년 뒤 지금 우리에게까지 예수님 손길이 미치고 있습니다. 날마다 예수님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날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온 누리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치르신 혹독한 대가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영원한 것의 가치가 당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이천 년 뒤 지금의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이 남기고 가신 영원한 생명은 두고두고 많은 그리스도인을 살리실 것입니다.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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