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글을 날려버리고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9-02-07 조회수4,086 추천수3 반대(0) 신고

컴퓨터의 글을 날려버리고.

     

     요즘 글을 쓴다고 하지 않고 친다는 표현을 쓴다더군요. 이제 원

     고지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로 글을 작업을 하기 때문인가 봅니

     다. 그런데 저는 컴퓨터를 보면서  가끔 위험함과 두려움을 느낍

     니다. 오늘도 저는 중요한 글을  한 순간에 날려 버렸고,  종이에

     끄적거리는 습관을 점점 포기해 가는 제 모습이 두려워졌습니다.

     어느 한 순간 이렇게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것이 컴퓨터

     이지요. 인류의 가장 대단한 발명품이 사람을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세상의  빛과 소금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

     다. 그리고 소금과 빛의 본연의 의무를 말씀하시죠.  그런데 소금

     과 빛을 생각해 보니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것입니

     다. 게다가 너무나도 흔하고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늘

     그러려니 생각하죠. 세상의 빛과 소금, 어쩌면 소금과  빛은 절대

     인간을 절망하지 않게 만듭니다.

     

     지금의 세상을 돌아봅니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낸 무수한 물

     질들, 그것은 인간을 절망하게 만드는 새로운 존재로 등장하고야

     말았습니다. 더 편리하고 더 빠르게 되었지만, 사람을  자꾸 절망

     케 만듭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 더 이상 주님의 작품을 훼손하지

     말라는 거룩한 경고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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