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수행자(修行者)의 삶 - 3.14.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14 조회수451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2.3.14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4,1.5-9 마태5,17-19

 

 

 

 

 





수행자(修行者)의 삶

 

 

 

 

 



얼마 전 수도원 피정을 한 어느 목사님과 형제님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하루 규칙적으로 잘 배정되어 있는 시간경이

  꼭 하루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어요.”

 


목사님의 고백에 이은 형제님의 다음 고백입니다.

 

“살아오면서 이거다 하고 잡히는 것이 없어 늘 허전했는데

  여기 와서 이거다 하는 것을 잡았습니다.

  평화를 찾았어요.”

 


수도원에 와서 일과표에 따라 충실히 피정한 결과의 고백입니다.

하루 생활의 뼈대를 이루는

일과표에 따른 수행생활 있어 건강한 영성생활입니다.



수행생활에 바탕 둔 관상생활이요 수행생활 없이는 관상생활도 없습니다.


오늘 날 수도생활의 퇴락의 주원인 역시 수행생활의 약화에 기인합니다.

수도회 역사를 봐도

수도원의 개혁은 늘 수행생활이 이완됐을 때 일어났으며

수도생활의 원천으로 돌아가

세속화에서 고독으로 부유함에서 가난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의 영성생활의 기초를 이루는 갖가지 수행입니다.


계명과 규정, 법규의 수행 덕목 들을 충실히 지킬 때

깨어있게 되고 깨달아 알게 되며 기쁨과 자유도 맛보게 됩니다.

수행생활 없이는 참 기쁨, 참 자유도 없습니다.

방종의 자유가 아니라 수행을 통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삼학(三學)도 같은 맥락입니다.

삼학의 계정혜(戒定慧) 중 첫째로 오는 것이 계율(戒律)의 준수요

이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정(禪定)의 마음의 고요이며

이어 마음의 고요에서 빛처럼 솟아나는 지혜(知慧)입니다.


계가 그릇이라면

계의 그릇 안에 담긴 물은 고요한 마음이며

물위에 비친 둥근 달은 마음에 떠오른 지혜를 뜻합니다.

 



영성생활은, 관상생활은 결코 뜬 구름 잡는 막연한 생활이 아니라

구체적 수행의 실천을 전제로 합니다.

머리만으로,

입만으로,

마음만으로 영성생활은 사상누각, 모래위의 집짓기입니다.

 


가난, 정결, 순명, 노동, 침묵, 단식, 자선, 공부, 겸손, 사랑, 성독 등

우리 삶을 살펴봐도 수행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실제 수행하면서 깨어있게 되고

몸으로 깨달아 알게 되며

이런 삶이 습관이 될 때 비로소 수행자가 됩니다.

 


비단 수도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런 수행생활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수행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보면 그 이해가 분명해집니다.

모세의 말씀은 그대로 오늘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아,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고,

  주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으로 들어가

  그곳을 차지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지칭하는바 믿는 이들 모두입니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산상수훈의 모든 복음 말씀들을 듣고 실천할 때

비로소 영원한 생명을 살 수 있고 하늘나라를 차지할 것이란 말로 바꿔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예전 존경하던 신부님의 예화도 잊지 못합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냐는 어느 수도자의 질문에

신부님은 ‘규칙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라고 일갈하셨다 합니다.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러하면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

 


바로 복음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수행의 삶에서 샘솟는 지혜와 슬기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 역시 모세처럼 단호하게 계명과 율법의 준수를 명령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율법이니

모든 율법 준수에 충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모든 계명과 율법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사랑의 선물이자

이는 사랑의 이중계명 즉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요약됩니다.


모든 수행의 원동력은 사랑이며 우리의 모든 수행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란 구절이 생각납니다.


사랑의 수행만이

율법을 완성시키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기쁨과 평화를 줍니다.

 


매일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당신 사랑과 생명으로 충만케 하시어

구체적 수행생활에 충실하게 하십니다.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리이다.”(시편16,11참조).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