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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 성인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26 조회수451 추천수4 반대(0)

한국인 최초의 청각장애사제인 박민서 신부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았습니다. 박 신부님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과의 작은 인연을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받아주시는 듯한 추기경님의 눈빛을 기억한다고 하였습니다. 청각 장애인들은 상대방의 눈빛에서 많은 것을 본다고 합니다. 책과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시는 차동엽 신부님도 추기경님의 눈빛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오늘 나의 눈빛은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저도 김수환 추기경님과 아름다운 기억이 있습니다. 1999년 저는 적성 본당의 주임신부로 있었습니다. 저는 추기경님께 대림특강을 해 주실 수 있는지 편지를 보내드렸고, 추기경님께서는 대림특강은 물론 미사까지 해 주시겠다고 답장을 주셨습니다. 무척이나 바쁘신 추기경님께서 기꺼이 시간을 내 주신 것은 적성 성당이 당시 서울대교구에서 가장 작은 성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의와 미사를 함께 해 주셨고, 교우들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까지 맛있게 드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따뜻한 사랑을 듬뿍 주시고 가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하셨고, 그분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해마다 성탄절에는 가난한 분들이 많이 사시는 달동네에 가셔서 성탄절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셨습니다. 권력의 힘에 밀려서 성당을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이야기 하셨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 계시던 명동성당은 외롭고, 고난 받는 사람들의 쉼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동성당으로 찾아갔고, 추기경님께서는 그런 분들을 넓은 가슴으로 맞아 주셨습니다. 경찰에 쫓기던 노동자, 대학생들은 명동으로 갔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정말 많은 성당들이 ‘예비자 교리’ 때문에 바빴습니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성당을 찾았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추기경님께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일, 소외된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일, 부당한 권력에 맞서 대항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스테파노 순교자는 증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은 십자가의 길이고, 죽음까지도 받아들여야 하는 길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성탄의 기쁨이 있는 바로 다음 날, 우리는 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인 ‘스테파노 순교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를 늘 기억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모든 권력과 능력을 포기하시고 사람이 되신 것을 의미합니다. 성탄으로 인해서 우리들은 구세주 예수님은 어떤 존재인지 묵상할 과제를 부여받습니다. 마구간이라는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서 태어났음을 늘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가난하였고 ‘나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자신의 처지를 말한 적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너희들의 것이다.’ 제자들을 파견하면서도 지팡이조차 들고 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와 자발적 가난의 모습만이 가장 제자다운 삶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성탄입니다.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를 통해서 신앙인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또한 예수님께서 이미 보여 주신 길이기도 합니다. ‘제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기나이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스테파노는 죽음의 순간에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순교란 단순히 목숨을 바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순교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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