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가위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19 조회수451 추천수3 반대(0)

명동 교구청 마당에서 하늘을 보는데, 달이 무척 밝았습니다. 저 둥근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저 마다 다를 것입니다. 분명 둥근 달은 하나인데 그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저 마다 다른 의미로 생각할 것입니다. 제게는 새로운 둥근 달입니다. 용인에서 명동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밝은 둥근 달입니다. 어머니도 건강해 지셨고, 모처럼 형님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추석이기 때문입니다. 멀리 외국에 나가 있는 분들에게 오늘 둥근 달은 그리움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순간의 잘못으로 교도소에 있는 분들에게 오늘 둥근 달은 아쉬움과 후회의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오늘 추석의 둥근 달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요? 

달하면 떠오르는 글이 있습니다. ‘월인천강지곡입니다. 불가에서는 달은 부처님을 상징하고, 강은 중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나이지만 모든 중생들의 마음에 비친다는 뜻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달은 예수님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강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신앙인들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에 예수님이 계시면 오늘 보이는 달이 희망의 달, 믿음의 달, 사랑의 달로 보일 것입니다 

황금의 제국이라는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분명 돈이 많고, 그래서 행복할 것 같은데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가족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삶의 기준은 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살아야 하고, 돈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하고, 돈 때문에 원치 않는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만족할 것 같은 돈인데도, 그들에게는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하는 판돈 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황금의 제국인데, 그곳에는 사랑도, 나눔도, 희생도, 기쁨도, 행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긴 그런 것들은 결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예비 신학생들을 만났습니다. 2학기 장학금 지급을 하기 위해서 만났습니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 반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 학년에 30여명의 학생들이 사제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비 신학생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들어갈 때, 그런 제도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중학생 때부터 신학교에 가려는 학생들, 사제가 되려는 학생들을 위해서 예비 신학생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학생들과 수녀님 그리고 부제님들께 학생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전체 예비 신학생들은 1000여명이 됩니다. 그 중에서 신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들은 대략 30여명 됩니다. 장학금을 드리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개구쟁이라도 좋습니다. 튼튼하게,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어릴 때 들었던 광고 문구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황금의 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살아갑니다. 분명 황금의 제국은 매력이 있습니다. 돈이 주는 힘과 보상은 아주 크기 때문입니다. 좋은 집, 멋진 차, 화려한 식탁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집으로만은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멋진 차만으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없습니다. 화려한 식탁으로만은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감사하는 마음, 고마워하는 마음, 나누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예비 신학생들은 황금의 제국으로는 들어 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 곳은 황금으로는 얻을 수 없는, 명예로는 가질 수 없는, 권력으로는 뺏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짧은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삶입니다. 예비 신학생들에게 오늘 추석의 둥근 달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요?

저렇게 둥근 달처럼, 오늘 우리들 모두의 마음도 그렇게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