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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순명보다는 순종해야 하는 까닭/신앙의 해[35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6 조회수451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대전 교구 신평 성당

누구나 가족에게는 기대를 건다. 자녀들에게서는 희망도 찾는다. 그게 삶의 즐거움이기에.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이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기대가 무너지고 희망이 꺾이는 것을 체험한다. 가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다지만. 우리는 살면서 그 누구보다도 먼저 가족에게 기대를 했다. 그것은 삶의 또 다른 이유이며 즐거움이었기에. 가족은 소유가 아니다. 주님께서 맺어 주신 ‘관계’이니까.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5-27)’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정말 황당한 말씀이다. 마치 가족을 멀리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형제자매를 미워해야 제자가 될 수 있다고도 해석된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리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런지요?  

사실 가족이 주는 십자가는 작아도 무겁다. 사랑의 관계이기에. 뜻대로 따라 주지 않으면 그 모든 게 십자가로 느껴질 게다. 그러므로 자신의 뜻만을 고집하면 가족은 ‘서로에게 십자가’가 된다. 다투고 멀어지는 이유이다. 내 뜻과 네 뜻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공통분모를 ‘예수님의 뜻’에 일치시키려 애써야 한다.

이제는 그 자리에 예수님을 모시라는 말씀이다. 자신의 출세를 ‘삶의 이유’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바꾸라는 거다. 그 안에 숨겨졌던 ‘주님의 뜻’을 정말 찾아봐야만 하리라. 십자가 뒤에는 부활이 있기에. 전혀 예기치 않았던 ‘상황의 반전’이 오기에. 그게 부활의 은총일 게다. 그러므로 그분 뜻이 언제나 먼저이다. 자신의 판단을 고집하고 싶을 때 주님의 가르침을 더 많이 생각해 봐야만 한다. 그러면 은총이 함께해 줄 거니까. 하늘의 기운이 안내를 꼭 해줄 터이니.  

누구를 따른다는 말에는 ‘순종’(順從)과 ‘순명’(順命)이라는 두 말이 있다. 같은 것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난다. 순종은 ‘좇아서 따르는 것’, 순명은 ‘명령만을 따르는 것’이다. 순종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면이, 순명은 타율적이고 강제적인 게 강하다. 우리가 주님을 따를 때에는 ‘순명’보다는 ‘순종’ 쪽을 택해야 할게다. 이게 그 이유가 될 게다. 순종은 아이가 부모를, 순명은 종이 주인을 따르는 것과 같기에.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가 주님께는 순명보다는 순종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분을 따르려면, 스스로 모든 걸 훌훌 털고 일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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