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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31) 세 천사 거느린 사내 / 이길두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22 조회수617 추천수12 반대(0) 신고
 
 



 
                                    세 천사 거느린 사내
 
 
                                                          글 : 이길두( 충주 목행동성당 주임신부)
 
 
우리 본당은 공소가 많고 지역이 넓어 하루 내내 돌아야 봉성체를 다녀올 수 있다.
긴 시간 피곤하기도 하지만 항상 마지막 가는 마리아 댁을 생각하면 피곤하다는 것이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2평 남짓한 조그마한 구멍가게에는 상호도 없다.
아이스케키랑 과자, 진열된 몇 병의 소주가 전부다.
 
칸막이 안쪽에는 병원용 침대와 예쁜 꽃병, 행복했던 순간들의 사진 몇 장이 놓여있고 구석에 세면대가 있다.
마리아가 남편과 함께하는 방이다.
 
이 조그만 방에 13년 동안 누워있는 요셉은 한시도 예외 없이 인상을 쓰고 있다.
초점 없이 퀭한 눈으로, 소리도 못 지르고 유일한 감정 표현이 인상 쓰는 일이다.
 
"이이는 좋아도 인상 쓰고, 기분 나빠도 인상을 써요. 하지만 저는 알아요."
 
목에는 가루음식 들어가는 생명줄이 꽂혀있고, 온몸은 오그라들었다.
얼마 전엔 손마저 오그라들어 손가락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가서 손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마리아는 요셉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왔다.
고통 속에 살면서도 항상 감사의 미소를 잃지 않는 마리아는 날개 없는 천사다.
어느 날 기도하고 나서 요셉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요셉씨.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당신입니다. 어찌 복이 이리 많으신가요!"
  당신은 하늘에서 천사를 빼앗아서 곁에 둔,
  천사를 셋이나 거느린 욕심쟁이입니다.
  보통 사람은 수호천사 한 분밖에 없지만, 당신은 당신 수호천사와 아내 마리아 그리고
  마리아의 수호천사까지 셋이나 거느렸으니.......  .
  그런데 당신은 천사아내에게 왜 웃음 한번 지어주지 않나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라 했다.
   하지 않지만 아니 되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안하지만 안되는 것이 없는 요셉 씨는 이 세상 누구보다 지존이다.
 
 
"신부님 저 이이랑 매일 대화해요.
 절 알아보지 못하지만 제 마음을 이이가 알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어요.
 이이 때문에 제가 하느님께 감사할 것이 더 많아요.
 요셉이 옆에 있는 것이 아직도 사랑할 이유가 되고,
 사랑의 결과를 지금 제 마음 안에서 미리 보고 살아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어록이 생각난다.
 
"그대가 사랑을 본다면 하나의 삼위일체성을 보는 것이다. .....
 보라, 여기 셋이 있다.
 사랑하는 자,
 사랑 받는 자,
 그리고 사랑."
 
마리아는 사랑하고, 요셉은 사랑 받고,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키고 일치시키는 사랑.
 
요셉을 위한 마리아,
마리아 안의 요셉,
그리고 이 둘 위에 계신 하느님의 사랑.
 
이 부부를 나는 '삼위일체 사랑부부' 라 부르고 싶다.
 
"마리아 집! 거기가 천국이더이다."
 
 
                ㅡ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목련사진은 배봉균님의 사진첩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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