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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가 진정한 가족인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16 조회수623 추천수4 반대(0) 신고
 
 
 
 
 

<누가 진정한 가족인가?> ... 윤경재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군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예수님께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루카 8,19-21)


  예수님 곁에 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 군중 중에는 예수님의 한 말씀, 한 동작을 놓치지 않고 새기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구경 나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더 호기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구경 중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는 속담까지 있나 봅니다.

 

  모처럼 외식할 때도 손님이 가득한 곳을 무작정 찾아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선택을 무작정 따라하는 행동입니다. 아마도 그런 선택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경험이 자리 잡고 있고, 또 이럴까 저럴까 고민을 하기 싫어 적당히 선택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인생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모형제지간입니다. 그 누구도 자기 마음대로 부모형제를 택하지 못 하는 것처럼 자기에게 도움이 못 된다고 부모형제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TV에서 외국 입양아 결혼식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녀가 모처럼 고국을 방문해서 친부모를 찾았답니다. 다행히 친부모를 만나게 되었고 결혼식 날 양부모와 친부모를 모두 모시고 혼사를 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결혼식 내내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사회자가 자신을 버린 친부모를 원망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합니다. 그 입양아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그러나 나를 낳아 주신 분이나 길러주신 분 모두에게 감사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을 미워해도, 사랑해서 감사해도 모두 제 선택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과 기쁨을 선택한 것입니다. 내 선택이 아닌 것을 원망하거나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


  어느 지혜롭고 신심 깊은 어머니가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들과 며칠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다 된 자녀이어서 성당에 나가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수 없었습니다. 모처럼 저녁 식사와 환담을 나누고 나서 오랜만에 끈끈한 가족애를 만끽하며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려는 자녀에게 어머니는 일일이 Good night kiss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한 아들에게만은 Good night! 이라 하지 않고 Good Bye! 하고 인사했습니다. 뜻밖의 인사에 당황한 아들이 그 이유를 묻습니다. “어머니, 왜 저에게는 Good night! 하지 않고  Good Bye! 하셨어요?”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애야, 우리는 가족이기는 하지만 너만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구나. 혹시 죽더라도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천국에서 만나겠지만 너는 못 만날 수도 있지 않으냐? 그러니 너에겐 미리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란다. 너를 사랑하지만, 또 네 선택을 존중한다. 그러니 그렇게 인사할 수밖에 없었단다.”

 

 이 말을 들은 그 아들은 바로 다음날부터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시의적절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질문 한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인간이 가진 좁은 소견을 되돌아보게 하시고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통용되는 가르침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인간적 사고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것에는 하느님사랑과 인류 사랑이라는 더 큰 기준이 있습니다. 부모형제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행동은 성모님과 친척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니라 더 커다란 사랑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을 기쁘게 선택하라는데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일이 더 합당하고 기쁜 선택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몰려든 군중과 같습니다. 그 군중 틈에 끼어 있다고 해서 모두 예수님과 한 형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참된 예수님의 형제가 다가오는 길을 지체하게 하였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에 옮겨야 진정 예수님과 한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성모님처럼 서로 만나는 것을 잠시 지체하더라도 참 가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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