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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 평신도가 앞장서 시대 이끌어야"
작성자박승일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1 조회수450 추천수0 반대(0) 신고

성염 “이제 평신도가 앞장서 시대 이끌어야”[인터뷰]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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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1  16: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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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이 이뤄졌다. 시국선언 추진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기자회견을 마치고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평신도 시국선언에 대해 “이 역사적인 일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줘서 무척 고맙다”면서, “마땅히 신앙인들이 해야 할 일이며, 이데올로기가 아닌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는 신앙인의 의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성염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11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는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운데) ⓒ정현진 기자

- 이번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성염 전 대사 : 그동안 어떤 이슈에 대해 본당이나 교구 차원에서 움직인 적은 있지만, 전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입니다. 상당히 의미 있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제들의 시국선언과 이번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을 보면서 아마 정부는 상당히 긴장할 것입니다. 1976년 명동성당 시국기도회 시절이 도래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것입니다.
 

- 평신도들의 움직임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나요?

평신도들이 교회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성직자 위주로 움직여 왔던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이번에 평신도들이 앞장서서 시국선언을 시작한 것은 상당히 성숙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현대는 평신도들의 시대이며, 평신도가 이 시대 전체를 끌고 가야 합니다. 이렇게 결집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하나의 증거입니다.

또 하나는, 최근 교회 전체가 사회교리를 내세우고 그것에 교회의 명운을 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이 사회와 역사를 책임지지 못하면, 그리스도교가 살아남을 명분이 없다는 긴박감이 있는 것이죠. 그런 고민이 오늘날 사제들과 평신도들의 시국선언과 같은 행동으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이 이뤄짐에 따라, 평신도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평신도운동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교회 안의 평신도사도직은 텃밭에서 채소를 조금씩 가꾸는 수준이었지요. 그러나 평신도사도직의 본격적 활동 무대는 직장, 사회, 국가입니다. 이는 이미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평신도운동은 본당 안에서 성직자들을 보조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런 신심운동은 평신도들이 세상을 바로 세우고 성화하는 의무를 기피하거나 사회 안에서 멋대로 살아가는 죄책감을 씻는 자리가 되기 쉽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교회가 사회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교회는 단지 NGO에 불과하다고 말한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 하지만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라는 이름으로 100여 명의 신자들이 이름을 걸고 근래의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요.

신문에 난 것을 보면서 생각난 사건이 있어요. 박정희 정권 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을 비판했던 일명 ‘구국 사제단’ 사건입니다. 당시 원로사제 49명은 1979년 10월 21일, 정의구현사제단의 사회 참여 활동을 비판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주교단에 전달했어요. 그리고 약 일주일 뒤, 10.26 사태가 벌어져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지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사회로 나가라, 사회가 복음의 터”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정교분리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이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제들을 ‘종북 좌파’로 매도합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이데올로기로 답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명분을 밝혀야 합니다. 기득권 세력이 항상 앞세우는 ‘국가 안보’의 논리를 따르는 것은 큰 실수죠.
 

-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들, 그리고 더 많은 이 시대 평신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 우리 평신도들의 시국선언은 단지 첫걸음일 뿐입니다. 우리 이름을 걸고 선언한 이 일이 하느님의 뜻,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순교선열들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들의 후손이기에 우리 신앙인은 남다른 용기를 가질 수 있고, 그들처럼 신앙을 증거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교황님은 이번에 시리아에서 죽어간 무죄한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신앙인들은 그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책임과 호소를 묵살하고 침묵한다면, 성경에 이르듯 그 피가 우리의 머리 위로 쏟아질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가 있어야 할 이유는 중산층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고, 면죄부를 주는 기만이 아닙니다. ‘평화’는 정의의 열매입니다. 정의 없는 평화는 거짓 평화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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