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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리로 거룩하게 하십시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07 조회수563 추천수4 반대(0) 신고

<진리로 거룩하게 하십시오>(17, 11-19)

 -유 광수신부 -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창세기 첫 장은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라고 적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인간을 비롯한 세상 모든 만물은 하느님께 속해있다.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을 만드시면서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던 것이다. 본래 인간은 하느님께 속한 존재로서 세상 모든 것들을 잘 다스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도록 만들어졌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할 인간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지 않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 자기에게 영광을 드리려고 하다가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왔고 그 때부터 인간은 세상에 방황하고 있고 오히려 세상을 다스려야할 인간이 세상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즉 자기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자기의 소속감을 잃어 버린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은 늘 외롭고 불안하고 방황하게 된다. 인간이 행복하려면 잃어버렸던 자기의 소속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자기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있어야할 자리에로 돌아와야 한다.

마치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먼 고장으로 떠나가 거기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였던 작은 아들이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자기 죄를 고백하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아들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고 아버지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잃어버렸던 우리의 신분을 다시 회복하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라고 기도하신다.
인간의 불행이 진리인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한 데에서 시작되었다면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다시 진리인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살지 않고 사탄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행복한 에덴 동산(아버지의 집, 나의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느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고 하셨다. 본래 우리의 모습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이다. 하느님을 닮은 우리의 모습은 거룩한 모습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거룩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거룩한 모습으로 회복되려면 진리인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살 때만이 가능하다.

 

성 바오로는 "그러므로 나는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간곡히 권고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방인들처럼 살지 마십시오. 그들은 헛된 생각을 하고 마음이 어두워져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받지 못할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무지하고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도덕적인 감각을 잃고 제멋대로 방탕에 빠져서 온갖 더러운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는 진리가 있을 따름인데 여러분이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듣고 배웠다면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들어 썩어져 가는 낡은 인간성을 벗어 버리고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 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에페 4, 17-24)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세상에 속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결코 우리가 속해 있을 곳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 것은 일시적이고 사라지는 것들이다. 


세상 것에 속해 있을 때 얼마나 우리는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는가? 믿었던 사람이 자고 나면 죽고, 믿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파산되고, 믿었던 권력이 하루 아침에 내려치는 것이 세상이다. 화재로 수 십년간 모았던 재산이 다 날라 가고, 믿었던 증권이 하루 아침에 종이 조각으로 둔갑하는 것이 세상이다. 세상은 절대로 우리가 속해 있을 곳이 되지 못한다. 세상에 속해 있는 한 우리는 언제든지 실망하게 될 것이고 우리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한 낱 이슬 같은 것이 세상이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에 속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속해서 살아간다.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내가 어디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나의 삶이 결정된다. 회사에 속해 있으면 회사 사람으로 살아갈 거이며 성직자에 속하면 성직자로서 살아갈 것이고 수도자에 속하면 수도자로서 살아갈 것이다.  따라서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느냐 하는 것은 곧 나의 삶의 방법과 방향을 결정해 주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인간은 어떤 집단에 소속할 때에 마음의 안정과 기쁨을 느낀다. 세상에 고아처럼 비참한 것이 없고 망국민처럼 불쌍한 것이 없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가 영원히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아침에 집을 나와서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가정의 보금자리가 필요하듯이 늘상 떠도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돌아가면 쉴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그곳이 곧 아버지의 집이다. 이세상의 그 어느 곳도 일시적이지 영원한 곳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이해 득실을 따져 가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소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하느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소속감을 모르기 때문에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늘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마치 부모를 잃어버린 고아처럼 길에서 방황하고 있고 편안히 쉴 곳이 없기 때문에 여기 저기 방랑자들처럼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보라, 오늘도 밤늦게까지 술집이나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새는 이들을 길거리에서나 자동차로 질주하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이들을. 무질서함,  소란함, 고함소리, 폭력이 난무하는 오늘의 현실은 모두 자기가 속해 있어야할 곳에 속해 있지 않은 불안과 방황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닌 그리스도인은 세상 한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해야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살도록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즉 인간은 이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 속한 존재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무렇게나 사는 삶이 아니라 진리를 위해 몸바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진리로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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