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5월 7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07 조회수948 추천수11 반대(0) 신고

                    5월 7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요한 17장 11-19절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사랑의 결실, 일치>


오래 전 한 특별한 임종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 어르신 자식농사를 참 잘 지으셨더군요. 당신의 친 아들 딸들만 해도 거의 축구팀 한 팀이었습니다. 5남 5녀. 다들 보기만 해도 흐뭇할 정도로 잘 장성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잘 기반을 잡았고, 이젠 시집장가들을 가서 각 집에 딸린 자녀들까지 모두 합하니 4-50명이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수를 누리셨고, 자식들도 다 잘 자랐고, 그래서 아무런 아쉬움 없이 홀가분하게 떠나셔도 될 만한데, 그래도 뭔가 하실 말씀이 남아있었습니다. 임종 직전 힘겹게 내뱉으셨던 마지막 유언의 한 마디는 이랬습니다.


“형제간에 화목하게...”


형제간에 일치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자식들을 두고 떠나가는 부모의 심정,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지니신 여러 품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 하나는 일치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치란 이런 것이다, 하며 우리에게 모범을 보이시는데, 그것은 바로 ‘삼위일체로 존재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의 일치는 이 세상 모든 일치의 전형(典型)이자 모범입니다.


이런 일치의 모범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향해서도 일치할 것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예수님 역시, 하느님 아버지께로 건너가시기 전에 유언처럼 남겨주신 말씀이 일치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세상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좁디좁은 나라인데도 이 지역, 저 지역 서로 갈라져 있습니다. 이 학교 출신, 저 학교 출신으로 갈라져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당(黨), 저 당 갈라져 피터지게 싸우고 있습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어느 한 편에 서기를 강요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합니다.


이런 세상 앞에 우리 교회 공동체가 지니는 사명은 막중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제대로 한번 일치된 삶을 살아야 되겠습니다. 일치할 때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먼저 체험해야겠습니다.


분열과 반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 신앙공동체의 일치된 모습을 보고, 무릎을 ‘탁’ 치면서 ‘아 바로 저것이로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하고 외칠 수 있도록 삶을 통한 증거가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사랑의 결실은 일치입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면, 간절히 그와의 일치를 갈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출신지역이나 출신학교를 따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이니, 직급이니, 서열이니, 경제적 능력 같은 것을 따질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간 높은 장벽으로 남아있었던 높낮이가 사라집니다. 나와 다름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한 존재 자체만 남게 됩니다. 한 존재 자체만 소중하게 됩니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서로 주고받으며, 아무것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일치가 가져다주는 선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