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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50) 교황님의 친구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31 조회수475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4년1월26일월요일 성 디모테오와 성 디도 주교 기념일 ㅡ디모테오2서1,1-8 또는 디도서1,1-5;루가10,1-9ㅡ

 

     (50) 교황님의 친구

                   이순의

               


ㅡ뉴스ㅡ

하루 종일 다운 된 컴퓨터를 보면서 기다림으로 지치더니, 늦은 저녁에 열린 인터넷 교회에 신명을 담아 글을 써서 마무리가 되어 갈 즈음 아들 녀석의 간섭으로 공들여 신명난 글이 사라져 버렸다. 컴맹인 엄마더러 저장하지 않고 썼다고 오히려 잔소리더니 네가 나에게 키보드 두드리는 거 빼고 뭘 가르쳐 주었느냐고 화를 내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지만 없어진 글을 어쩌겠는가? 다시 써야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교회에 모여들어서 컴맹인 나는 창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았다. 그런데 바티칸의 교황님 앞에서 어린 소년들이 힙합을 추고 헤드스핀을 하는 것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께 고손자 정도 되는 소년들이 추는 춤이다. 할아버지의 눈썰미로는 위험천만한 몸짓으로 아슬아슬한 춤을 추는 것이다.

 

2천년의 세계교회 역사와 2백년의 한국교회 역사로 볼 때 교황성하를 지척의 화면에서 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목마름의 접견인가?! 사제의 그림자만이라도 뵙고 싶어서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모여들었던 선조들의 피나는 신앙의 역사를 뒤로 하고, 먼 이국의 동양 한국의 안방에서 교황성하를 뵙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황청에서 힙합이라는 춤이 추어졌다는 실황녹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수 없는 역사의 기록을 남기며 발전해 왔고, 많은 제도를 정착시켜 왔다. 규율과 격식이 교회의 엄위라고 여겼던 시대나, 그 어른들이 듣는다면 품위 있는 진노를 펼치실 것이다. 건달 끼가 역력한 티셔츠와 헐렁한 바지를 입은 소년들이 머리통을 거꾸로 하고 징 하디 징 한 몸짓을 하며, 그걸 춤이라고 추고, 교황께서 그것을 보신다니 말이나 될법한 내용이더란 말인가! 또한 그렇게 남사스런 장면을 전 세계로 중계해서 보이다니, 교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일이라며 쑤셔 대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나 성하께서는 소년들의 끼를 잘 살리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춤을 보는 내내 흥겨워 하셨다고 까지 전하고 있다. 뉴스의 화면은 춤을 마친 소년들이 교황성하의 손에 친구를 하는 모습도 비춰주고 있었다. 그건 마치 건달들의 귀족적 인사법 같았다. 땀에 절여진 티셔츠와 늘어진 바지를 입은 소년들이 무릎을 꿇고 그만큼 예를 갖추어서 백작의 경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춤을 출 때의 신기보다 훨씬 진지하고 정숙한 자세로 예우를 갖춘 인사였다. 교회가 젊음이라는 자율성 안에 우뚝 선 생명력으로 느껴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그리스도교회의 무한한 가능성과 흡수력이 발견 되는 순간이다.

 

워낙 고령의 자비로우신 요한 바오로2세 교황성하께서 조금만 젊으셨다면 머리통 돌리기는 아니더라도 허리 돌리기 정도는 허락하셔서 함께 흥을 돋우어 주시지 않았겠는가? 사랑하는 지구를 몇 바퀴나 도시고,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 전도여행을 하신 교황님의 인자하신 마음은 보드라운 소년들과 함께 하는 당신의 동참에는 허리돌리기만 허락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은 성하께서도 소년들과 동갑내기 친구임이 분명하다. 먼저 가신 263위의 윗분들도 잘 했다고 부러워하실 일이다. 성하께서 훗날 어른들을 뵈러 천국에 가신 후에 소년들의 힙합을 아는 체하시느라고 할 말이 많으실 것이다.

 

"멀리서 보시니라고 잘 못 보셨을 것이요. 거 참! 하느님아버지께서 흙장난을 너무 완벽허게 허셔서 그 얼라들이 마치 물먹은 진흙 맹키로 흐느적거려 부렀당께요. 제가 어릴 적에는 쪼매 부족허신 하느님아버지의 솜씨가 점점 작품성이 뛰어나셔서 몸치인 우리를 만드실 때 보다 확실하게 발전된 예술품을 생산 해 내고 있는 것이 분명허요. 진짜 물먹은 진흙보다 더 멋지게 휘어지드랑께요. 잉! 시대를 비켜 다녀 온 것이 억울허시면 하느님아버지를 졸라서 다시 한 번 지상여행을 댕겨 오시든가?"

 

그렇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위가 아버지께서 빚어주신 흙 한줌의 능력이다. 그 능력을 보는 사람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등급을 정하기도 하고 수용과 배척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선으로 보면 흙 한 줌끼리의 키 재기 일 뿐이다. 오늘 성하께서는 바티칸이라는 성역에 대한 나의 편견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신앙의 시각을 넓혀 주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젊음, 그 자체가 기도이며 봉헌이다. 젊음이 행하는 모든 행위가 믿음이며, 그 자유로움이 종교이고, 또한 교회는 그 모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까지 오셨을 때, 이미 성하의 교회에 대한 젊은 활기를 믿고 있었지만 성하께서는 아직도 팔순의 노구를 무색케 하고 지구의 미래와 세계 교회를 향해 젊음을 역력히 보여주고 계신다.

 

오늘의 복음은 일 할 사람을 찾고 있다. 삶의 종착역을 바라보시는 고령의 성하께서 삶의 출발점에 있는 미소년의 고손자들을 초대하셨을 때는 그들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기억하게 될 사건을 만들어 주셨고, 그들이 이루어 가야할 일상 안에 커다란 사랑과 자비를 마련하셨을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독서에서 한없는 사랑과 자비를 친구들에게 보낸다. 뿐만 아니라 믿음을 확신하는 편지를 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 같은 사랑과 자비뿐만 아니라 믿음을 확신해 주는 편지를 보내 온 다면 나 또한 그 우정에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독서 안에서 그렇게 열렬한 사랑과 자비뿐만 아니라 믿음을 보장 받고 있었다.

 

지금 이 시대에 비행기를 타고 지구의 어디든지 가시고자 했던 교황성하께서는 인류에게 바오로의 사랑과 자비는 물론이고, 믿음까지 고스란히 전하고 계실뿐만 아니라, 동시에 젊은이들의 교회와 미래를 포용하고 있다. 천지창조주 아버지의 모든 백성을 성하의 벗으로 여겨 오셨기에 그렇게 길고 먼 전도여행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교황님의 친구는 바로 그들이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들과 모든 이방인들과 이교도들까지 사랑하시는 인류 공동체가 바로 요한 바오로2세 성하의 친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뉴스를 보면서 거저 기쁜 은총을 느낀다. 나도 성하의 친구이며 일꾼이다. 바오로 사도처럼 진심과 간절한 내용을 담은 사랑과 자비를 빌고, 믿는 마음 또한 항구히 요청 할 것이다. 나도 이 깊은 밤에 아들이 날려버린 글을 다시 쓰느라고 신명은 좀 덜 할지 모르지만 교황님의 확실한 벗이 되어 주님을 전하는 동반의 역할을 다 하고자 한다. 바오로의 벗 디모테오와 디도를 본받는 마음으로.......

 

ㅡ하느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된 나 바오로는 아들같이 사랑하는 디모테오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디모테오2서1,1-2ㅡ

 

 

 

 

여의도 광장의 제대 위에 기념휘장 앞에 서신 모습-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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