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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2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22 조회수448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2주간 토요일] 요한 6,16-21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빵의 기적으로 수많은 군중들을 배불리 먹게 하신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군중들은 그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의 마음과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예수님께서 빵을 많게 하신 놀라운 ‘현상’만 보고는 그분의 능력을 이용하여 물질적 풍요를 누려보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그분을 억지로라도 임금으로 모시려고 듭니다. 그런 태도가 예수님의 몸과 마음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그들을 피해 조용히 기도하러 산에 오르십니다. 한편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시간이 길어지자 ‘피곤해서 주무시나보다’ 생각하여 자기들끼리 먼저 호수 건너편에 가 있으려고 배를 탑니다. 굳이 예수님과 함께 가지 않아도 호수 정도는 건널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그랬을 겁니다. 그 독단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채로 말입니다.

 

그들이 배를 타고 가던 중 날이 어두워져 밤이 되었고,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와 호수에 풍랑이 높게 일었습니다. 그 바람은 북쪽에 있는 헤르몬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서쪽에 있는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마주치는 ‘맞바람’이었기에 그 위력이 실로 어마어마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높은 파도로 인해 배 안에 물이 계속 들이쳐서 그대로 두면 배가 가라앉을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산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께서도 그 위험을 감지하셨기에 급하게 제자들을 구하러 가십니다.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보니 배를 타고 노를 저어서 갈 여유가 없었지요. 그래서 물 위를 걸어 날아가듯 그들 곁으로 가십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제자들의 눈에는 마치 유령처럼 보여 큰 두려움에 빠지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 예수님이심을 알아본 제자들이 그분을 배 안에 모셔들이자 ‘어느 새’ 배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각자는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유혹이라는 바람에 맞서고, 걱정과 근심이라는 파도에 이리저리 출렁이며 힘겹게 하느님 나라를 향한 항해를 계속하는 배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걱정과 근심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침몰의 위기에 빠지는 것은 주님을 내 안에 온전히 모셔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두려움’입니다. 주님을 모셔들이면, 그래서 그분 뜻을 따르면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내가 지금 누리는 세상의 것들을 잃게될까 두려워합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이유로 받게 될 오해와 불이익과 희생들,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신앙생활의 의무와 책임도 두렵지요. 그래서 머리로는 주님을 따라야 함을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겁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작 중요한 ‘방향’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만, 지금 걸어가는 길의 최종 목적지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빨리 가려고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하지만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향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는 구원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또한 그 구원의 길을 끝까지 잘 가려면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시며 앞으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시는 참된 분, 즉 주님과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제자들도 주님을 모시고 그분과 함께 갔기에 거센 풍랑을 뚫고 ‘어느 새’ 목적지에 가 닿았습니다. 시간상으로 ‘빨리’ 갔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님과 함께 갔더니 그 힘든 과정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무사히 잘 지나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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