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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연의 일부인 땅에 대한 사랑'과 낙마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8 조회수448 추천수5 반대(0) 신고

              '자연의 일부인 땅에 대한 사랑'과 낙마
        




요즘 세상이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라는 부사는 '한계가 정도에 지나게', 또는 '분에 넘게'라는 뜻을 지닌 말이니, 부정적인 의미가 강할 테지만, 아무튼 그래서도 더욱, 세상이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출현과 함께 새롭게 입신양명의 길에 오른 사람들의 '땅 문제' 때문에 온 땅이 다 시끄럽다.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구설수에 오르더니, 또 줄줄이 낙마를 한다. 언론들은 즐겨 '낙마'라는 표현을 한다.

'낙마(落馬)'란 말에서 떨어졌다는 뜻이다. 가만히 서 있는 말에서는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대개는 타고 달리던 말, 잘 달리던 말에서 떨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낙마의 충격이 어지간히 클 터이다.        

그런데 오늘에 벌어지는 저들의 낙마는 바로 땅 때문이다. 전부 그런 건 아닐 테지만, 대개는 땅을 너무 사랑한 탓이다. 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땅으로 낙마를 했다. 그러니 저들의 낙마 역시 땅에 대한 또 다른 '사랑법'일 터이다.

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사랑하는 땅으로 떨어졌으니, 또 낙마를 했다해서 그 사랑하는 땅이 어디로 달아날 리도 없으니, 사실은 낙마의 충격이 별로 클 것 같지도 않다. 이미 누릴 것 다 누리고, 한없이 배부르고 등 따스운 처지인데, 그까짓 낙마가 뭐 대수랴.  

낙마를 한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발(發)했다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 것일 뿐 투기와는 상관없다"는 말은 참 걸작이다. 오래 회자되고, 사람들의 뇌리에 길이길이 남을 말일 것 같다. 입신양명의 길에 오른 사람이라면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오묘하고 여운 있고 파장 좋은, '생명력'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땅을 일러 '자연의 일부'라고 한 것은 맞는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다'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땅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에 속하는 땅에 대한 욕심은, 그것이 비록 탐욕에 가까운 것이더라도, 탐욕 또한 얼마든지 '애정'으로 치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뭔가. 평생을 땅 한 평도 갖지 못하고 사는 나는 뭔가. 이날 이때껏 단 한 평의 땅도 가져보지 못했고, 앞으로도(죽어서도) 땅을 갖지 않으려는 나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줄 모르는 위인일까?

아무래도 나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줄 모르는 위인일 듯싶다. 고로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 인간일 법도 하다. 고로 나는 무안하다. 단 한 평의 땅도 갖지 못했으니,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도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참고로, 나는 등기도 되어 있지 않은 집에서 오래 살았고, 23평 연립주택에서 20년을 살다가 지난해 초부터 현재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나 깔고 앉은 땅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

오늘 내가 왜 이런 꾀죄죄하고 오종종한 얘기를 하느냐 하면, 일찍이 '자연의 일부인 땅'이라는 말을 내 글에 올린 사실 때문이다. 정말 나는 내 글에 '자연의 일부인 땅'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것도 보통 글이 아닌, '공개 유언'이라는 자못 비장한 의미를 지닌 글에다가 버젓이 그 표현을 해놓았다.  

벌써 3년 전인 2005년 9월 15일 '공개 유언'이라는 이름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인터넷 'My Will' 사이트(www.mywill.co.kr)의 '사과나무' 담당자로부터 요청을 받고 쓴 글이다. 나의 공개 유언은 지금도 그 사이트의 사과나무 코너에 올라 있고, 내 홈페이지의 '가치관' 코너에도 들어 있다.

내 자식들에게 남기고자 하는 그 공개 유언의 일부를 여기에 소개해 본다.

【평생 동안 땅을 갖지 마라. 내 아버지는 평생 동안 한 평의 땅도 가져 보지 못하고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나 역시 한 평의 땅도 가져 보지 않았다. 나는 사후에도 단 한 평의 땅도 차지하지 않기 위해 이미 10년 전에 '시신 기증'을 해 놓았다. 너희 어머니도 내 뜻을 받아들여 기꺼이 나와 함께 시신 기증을 했다. 내가 죽거든 반드시 무난하게 안구 기증, 장기 기증에 이어 시신 기증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바란다.

평생 동안 땅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인 땅만큼은 하느님의 것으로 남겨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소용 거리들을 얻고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연의 일부인 땅까지도 금을 그려서 서로 나누고 개인 소유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인간은 땅을 갖는 순간부터 물욕이 배가된다. 땅을 가진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가는 길에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땅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는 분명한 죄목이 될 수 있다. 현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고루 취하고 사용하더라도 절대로 땅만큼은 갖지 말라. 늘 지나친 물욕을 경계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양심과 착한 심성과 정의감을 지니고, 매일같이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마음으로 살기 바란다.

끝으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만 베푸신 온갖 좋은 마음들 가운데서도 가장 귀중한 것이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남의 불행을 보고 아파할 줄 아는 마음, 온당치 않은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니, 이 감사지정과 측은지심과 수치심을 평생 동안 잘 지니고 살기 바란다.】

요즘 글을 쓸 여유가 없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너무 재미있어서 글을 쓰고 싶지도 않다. 매일같이 '자연의 일부인 바다'를 사랑하는 일로, 요즘엔 정말이지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여유조차 없다. 오늘도 기름 냄새와 싸우러 바다엘 가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 아침에 '쪽팔리는' 글을 하나 썼다. '자연의 일부인 땅'에 대한 내 사랑을 놓고 보니, 저렇게 낙마를 하는 사람들, 자연의 일부인 땅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땅 위를 힘차게 달리는 말 잔등에서 그 사랑하는 땅으로 낙마를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내 삶이 너무도 빈약하고 다이내믹하지 못하지 싶기 때문이다.    

고로 오늘의 이 글 또한 어설픈 자기 위안이요, 자기 변명일 듯싶다. 입신양명의 길에서 다이내믹한 형태로 낙마를 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저 낙마가 결코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낙마를 한번 하고파도 할만한 땅 한 평도 가지지 못한 처지에서는….  



2008.02.28 10:14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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