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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하느님 나라의 땅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8 조회수293 추천수6 반대(0) 신고
 
 
 
 
 
 
 
 
                                      하느님 나라의 땅
 
                                                                                  글 : 유정자
 

내 고향엔 우리집 소유의 크고 넓은 산이 있었는데, 그 중에  곱돌이  묻혀있는 산도 하나 있었다.

곱돌은 무진장 있어 캐어다 마당에 그림을 그리면 분필보다 더 하얗게 잘 그려졌다.

어린 시절 조무래기들은 마당에 곱돌로 금을 그리고 사방치기를 하거나 잘게 깨뜨린 돌멩이를 가지고 공기 따먹기를  하지 않으면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땅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운 흙을 쌓아 놓고 손을 흙 속에 집어넣어 두꺼비집을 만들고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하며 놀던 기억도 있다.

하루도 흙과 땅을 만지지 않은 적이 없고  밟지 않은 적이 없다.

 

서울생활에서는 흙구경하기도 힘들고 맨땅을 밟기도 힘들다.

주위가 다 보도블럭 아니면 세멘 콩크리트다. 공원에 운동하러 가면 일부러 조금씩 흙이 있는 잔디길을 골라 걸으며 내 몸에 흙의 정기를 맡아보게 한다.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흙냄새를 맡지 못하고 살면 정말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옛날 촌에서 살던 어린 시절엔 흙과 땅의 소중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어리기도 했지만, 20대가 되어서도  그 점은 여전했다.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던 나는 시골 땅부자집 혼처가 나섰을때 질색을 하고 난 도시로 시집갈거라고, 월급쟁이에게 시집갈거라고 단호하게 말한대로 월급쟁이의 마누라가 되었다.  땅 한 평 없는, 있다면 내집이 깔고 앉은 몇 십평의 땅이 전부인 도시의 월급쟁이 마누라.....

 

오늘 재건축이 진행중인 우리집 쪽을 지나는 길에 들렸는데 쇠막대를 뺑뺑 돌려가며 방벽을 설치하고 담요같은 것으로  가려놓아 드디어 재건축을 하는구나 실감이 났다. 바로 앞의 복개천에 공원을 만들고 있는 공사현장도 둘러보았다.

차 두 대가 겨우 오갈 정도로 좁던 그 길에 둔덕을 깔아뭉개고 길을 넓혀 산책로를 만들고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또 아기자기하게 무언가를 만드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우리 고향 그 옛날의 바다만큼 넓고 커보였던 밭들과 산이 생각났다. 밭머리 위에서 끝을 바라보면 철따라 콩밭 보리밭 수수밭 참외밭으로 푸른 물결치던, 너무 길어 끝이 아득하게 보이던 그 밭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집은 논과 밭, 산까지 두루 많았지만, 아마 그 시절 시골 땅값은  X값, 아니면 우거지값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는 우리밭 바로 위에 들어서는 학교에 뭉떵 땅을 떼어 희사하기도 했다.

그저 땅은 농사지어 배부르게 먹고 나머지는 팔아 비료 사고 품값 주고 가용에 쓰고 그렇게 사는 거였다. 땅이 엄청난 돈이 된다는 걸 안 건 별로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복개천을  길다랗게 따라가며  잔디와 꽃나무를 심었던 둔덕을 깔아뭉개 판판하게 만드니 그렇게 넓은 공간이 될줄은 미처 예상못했다. 그곳에 조깅로와 벤치가 놓인 휴식공간을 오밀조밀 만든다고 생각하니 금싸라기 같은 이 도시의 땅의 가치에 대해서 새삼 생각하게 된다.

왜 예전에는 땅의 존재와 가치를 몰랐을까! 박토라도 땅을 사놓았으면 엄청난 갑부가 되었을텐데 왜 주식에 투자해서 깡통계좌가 되었던가!

 

우리 고향 그 많던 땅은 수십 년 전 도시계획으로 헐값에 정부가 수용하면서 우리아버지가 물려받은 건 지방 소도시에 달랑  집 한 채 값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외아들이었지만  할아버지의 후취 할머니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한참 어렸기때문에, 대부분의 보상금은 모두 그들의 생활터전이 되어 땅은 많았으되 땅과의 인연은 그렇게 비켜갔다.

그래도 난 시골서 일하는게 싫어 도시에서 월급 타먹고 사는 생활에 불만이 없었다.

땅에 대한 애착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왜 돈이 있을때도  땅을 살 줄 몰랐을까? 바보같이! 하는 아쉬움에 한동안 빠진적이 있다. 근래에 와서. 땅으로 부자되는 사람들을 하도 많이 보면서...

허긴 갑부는 아무나 되나!

멀리멀리 내다보는 이재에 밝은 눈이 있어야지!

 

그러나 이젠 땅값이 하도 비싸니 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제 땅을 사려면 하늘나라에 있는 하느님의 땅이나 사련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저축해야 한다.

하느님 믿고, 말씀 열심히 듣고, 순종하고, 기도하는 저축을 해야 한다.

그런 삶속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하느님 나라에 가서 원없이 하늘나라 땅에서 살련다.

그런데 하느님 나라에는 내가 살 땅이 있으려나?

                                      (2004년 10월 16일 씀)

 

                      ********

위의 글을 썼을  당시 재건축 중이던 집이 완성되어 2007년 11월에 이사를 왔다.

그런데 원래 깔고 앉았던 땅은 아파트가 되어 세대 수가 늘어난 관계로 등기상의 개인 소유 땅은 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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