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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27일 부활 제6주일(이민의 날)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27 조회수652 추천수7 반대(0) 신고

              4월 27일 부활 제6주일(이민의 날)-요한 14장 15-21절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하느님의 선물, 이주민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청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3D업종에서 묵묵히 제몫을 해내고 있는 제 3세계에서 건너온 이주 근로자들입니다. 불안감 반 희망 반을 안고 이 땅으로 건너온 이국 신부(新婦)들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얼마나 마음이 저며 오는지 모릅니다. 물론 좋은 기업주를 만난다든지, 사람이 야무져서 꽤 큰돈도 모으고, 우리나라 생활에도 잘 적응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이주 근로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참담한 고통 속에 살아가지요. 너무도 배우기 어려운 한국말, 향수, 암담한 현실이 원인이 되어 갖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소리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에게서 당하는 차별대우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구미대륙에서 온 사람들 앞에서는 지나치게 깍듯하지만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열악하다고 생각되는 제3세계 출신 근로자에게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내리누르는 성향이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털어놓는 섭섭함 중에 큰 섭섭함은 그들 문화나 생활양식을 은연 중 깔보는 말들이라고 합니다.


“너희 나라에는 이런 것 있어?”


“너희는 이런 것 먹기나 해?”


그들 역시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전통과 좋은 관습이 있고, 독특한 음식문화도 있음을 기억하고 그들 문화나 생활양식을 최대한 존중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귀향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자식입니다. 자식들 건강만을 기원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오만한 우리 언행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오늘 이민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고민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시대 살아 있는 성전인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장 천대받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 인간성 회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일입니다.


‘고통당하는 이들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손길’,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교회가 부여받은 첫 번째 사명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교회인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첫 번째 사명의 대상자들이 우리들 바로 곁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오늘은 '이민의 날'입니다.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는 교황님과 뜻을 같이 하여 오늘을 '이민의 날'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급격히 증가한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 사회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작년 통계로 전체 결혼의 13%가 국제결혼이었고, 농어촌에서 이루어졌던 결혼의 30%이상이 국제결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50만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곁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 한국 땅은 이주민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주민들로 인해 우리나라 안에 다양한 문화가 자리 잡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축복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를 위해서도 은총입니다.


복음 정신에 따르면 이 땅에 나그네로 찾아온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우리를 찾아온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니 결국 이주민 한명 한명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나그네를 기쁘게 환대하는 것은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이며,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에서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 근로자들께 오늘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가 종식되길 기원합니다. 그들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강구되길 기도합니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관심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은 동사입니다. 결국 사랑한다면 움직여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어야 합니다. 그들의 독창적인 문화를 기꺼이 수용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을 우리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여줘야 합니다. 그들도 엄연한 우리의 동반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56번 / 한 말씀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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