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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山)같은 어른" - 2008.4.26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26 조회수436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4.26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도16,1-10 요한15,18-21

                                                          
 
 
 
 
"산(山)같은 어른"
 


신록 짙어져 가는 불암산의 넉넉한 품이
큰 평화와 위로를 줍니다.

산 같은 어른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고독과 외로움 중에 끊임없이 기도하게 되고
하느님을 만날 때 비로소 산 같은 사람, 산 같은 어른이 됩니다.
 
마침 예전에 불암산을 보며 써놓은 ‘산처럼’이란 시를 나눕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아버지 산 앞에 서면
  저절로 경건 겸허해져
  모자를 벗는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살 수는 없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늘 행복할 수는 없을까
  산처럼!”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볼 때가 다릅니다.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살 때가 다릅니다.

공동체 생활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환상 없는 현실입니다.
 
바로 여기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할 자리입니다.

이상적 유토피아 공동체는 세상 어디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거룩한 사람들이 모인 수도공동체도
모이면 곧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오늘 말씀 묵상 중 문득 떠오른 게 어제 복음의 서두 부분이었습니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이르셨다.’

배반자 유다가 빠진 11명의 제자공동체,
예수님은 물론 남은 제자들에게도 마음 아픈 큰 상처였을 것입니다.
 
상처이자 늘 경각심을 주는 유다의 빈자리였을 것입니다.
새삼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 역시 불완전한 공동체요
하나의 세상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제자들 또한 나름대로 고독과 외로움이 있었겠지만,
예수님의 고독과 외로움은 참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수님은 그 누구보다도 고독과 외로움 중에 많은 기도를 드렸을 것이고
아버지를 많이 만났을 것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게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 육십 대 가장들의 고독과 외로움이요,
교회공동체의 어른들의 고독과 외로움이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자리가 높아질수록 고독과 외로움 역시 커질 것이며,
이 고독과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열쇠는
기도와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또 주님은 이런 능력을 지닌 이들에게 중책을 주신다고 믿습니다.
 
하여 기도 중에 하느님으로부터
위로와 평화를 누려야 중책을 품위 있게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산 같은 사람, 산 같은 어른이 될 것입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예수님의 힘든 현실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말씀입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할 수 없었던 주님의 고독과 외로움이요,
계속되는 세상으로부터의 거부와 배척입니다.
 
이의 결정적 표지가 주님의 십자가가 아닙니까?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예수님과의 공동운명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세상살이에서 오는 고독과 외로움, 상처의 아픔에 좌절할 게 아니라
즉시 주님의 고난에 합류시킴으로 주님과의 연대감을 깊이 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주님으로부터 치유와 위로, 그리고 힘을 받아
고독과 외로움에 무너지지 않고 산처럼 의연히 설 수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님만이 아니라 우리 역시
서로가 아버지로부터 파견 받으신 것을 믿고 알 때
서로에 대한 거부나 배척도 많이 약화될 것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두 번째 선교 여행,
철저히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우리 역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갈 때
우리의 고독과 외로움은 주님 사랑과 기쁨의 충만으로 변할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은총이기도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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