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불을 내려주십시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3 조회수447 추천수10 반대(0) 신고

 

 

 

 

루카 12, 49-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세상이 싫어서,

어서 세상의 종말이 왔으면 좋겠다며

불을 지른 사람이 있단다.

 

그런데 설마 아무리 세상이 노여워도 그렇지

예수님이 세상에 불을 지르겠다는 무서운 말씀을 하실 리 없다.

 

사마리아 사람들의 냉대에 화가 치민 제자들이

하늘에서 불을 내려 그들을 몽땅 불살라버리자고 했을 때도

단호하게 꾸짖으시던 주님이 아니시던가?

 

그.랬.던.

예수님께서

그동안 참고 참던 인내심에 드디어 한계가 온 것일까?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설마설마 하는 사람들에게

연거푸 무서운 말씀으로 내리치신다.

 

매 미사 때마다 들었던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하던 말씀과는

생판 다른 내용의 말씀을 오늘은 하고 계신 것이다.

 

왜 이처럼 노하셨을까?

지금의 상태는 도저히 못 봐주시겠다는 말씀인가?

그렇다면 정말 세상에 불을 지르고

우리를 기어이 갈라놓으시겠다는 말씀인가?

 

 

 

혹시 그 타오르는 불 속에 우리를 집어넣어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말씀인가?

천도가 넘는다는 불가마 속에서 잘 구어 낸 도자기들처럼 말이다.

 

그러실지도 모르겠다.

전혀 터무니없는 추측은 아닐 것 같다.

 

각자에게 맞는 형태와 무늬와 색깔로 정성을 다해 우리를 빚으신 주님이시니

잘못되고 쓸모없는 그릇은 다시 부수어 진흙으로 되돌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부수어 가루로 만든 흙에 물을 부어 다시 새롭게 빚어서

뜨거운 불가마 속에 잘 구워내면 온갖 불순물이 녹아내려

진짜 쓸모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지 누가 아는가.

 

그리되면 주님이 원하는 인간으로 재생 될지 모른다.

단순한 인간이 아닌 명품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말하는 '불'은 분노의 불이 아니라

훨훨 타오르는 사랑의 불, 성령의 불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말하는 '분열'은 파괴적인 분열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불순물을 말끔히 갈라내는 정화의 분열일 것이다.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 속에서 마지막으로 겪게 될 자아의 완전한 죽음.

그것을 '세례'라고 할 것이다.

그 '세례'를 당신이 먼저 겪으셨으니 우린들 어찌 피할 수 있을까?

 

 

 

 

그러니 주님, 먼저 저에게 그 불을 내려 주십시오.

그리고 이 세상에도 불을 내려주십시오. 

당신의 뜨거운 사랑의 불을, 성령의 불을.

 

그리하여 당신의 뜻을 오롯이 담아 낼,

당신 생명의 말씀을 소중히 받쳐 들,

최초의 세상과 같은 상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1492 Conquest of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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