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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 미국 순방 무엇을 남겼나
작성자최익곤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26 조회수490 추천수3 반대(0) 신고
교황 미국 순방 무엇을 남겼나
교황 미국 순방 무엇을 남겼나
 
“미국교회가 사회·윤리 전반에 모범적 역할을”

미국교회 사제들 아동 성 추행 파문 공식 사과하며 국민 불신 해소
아메리카 대륙 복음화 소명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일치·화합 촉구
부시 대통령과 회담서 생명·가정 수호·인권과 종교 자유 등 논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국 순방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교황의 이번 방문이 상당히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고, 그러한 순방의 성격은 교황의 강론이나 연설, 특히 부시 미 대통령과 나누게 될 이야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러한 관측은 현재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국제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미국 교회의 위상, 그리고 이라크전과 세계화, 생명윤리 문제 등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거나 하고 있는 국제적인 굵직한 이슈들 중에는 교황과 미국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의 이런 관측과는 달리 교황의 이번 방미는 정치적인 성격보다는 사목적이고 신앙적인 측면이 강했다. 사실 이러한 형국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세계 순방의 면모들에서도 나타났었던 것이다. 국제 정치적인 시각에서 정치적 함의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의 방문들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사목적인 성격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순방에서도 교황의 주요한 연설들은 대부분 국내 및 국제적인,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교회의 지도자들이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 교회의 입장을 피력하고 전달할 권리에 대해서는 강조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구체적인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기보다는 책임있는 세계 지도자로서 나눌 수 있는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교황의 이번 순방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는 오직 하나, 성 요셉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장애인 젊은이를 만나 한 연설에서 고백한 자신의 청소년기, 나치 정권의 사악한 체제 아래에서 고통을 받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교황 순방의 의미

교황의 이번 순방은 그러나 사목적으로, 미국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고, 미국 교회가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반드시 기억하고 모색해야 할 방향들에 대해서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그 한 가지가 바로 미국 교회의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추행 사건이다. 미국 교회는 지난 6년 동안 이 문제로 인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교황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부터 여러 곳에서 거행한 미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사과의 뜻을 피력하고, 미국 교회가 이제 과거의 잘못을 깊이 성찰하고 정화하며, 그럼으로써 미래를 향해 신앙 안에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특히 교황은 이런 추문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표시하고 사과함으로써 가톨릭 교회에 대한 불신과 지탄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또한 교회로서는 과오를 진정으로 뉘우치되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더욱 굳건한 신앙으로 살아갈 것을 촉구한 것이다.

교황 순방의 두 번째 목적 또는 성과는 경제 정의로부터 낙태 등 생명 윤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및 윤리 문제와 관련해 교리적으로나, 강요가 아니라 설득과 모범으로서 미국 교회가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침 혹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교황의 이번 순방은 아메리카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서, 미국 교회가 종종 보수와 진보 혹은 자유 진영으로 나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촉구이다. 교황은 이번 순방길에서의 여러 기회를 통한 연설에서 “모든 분노를 제쳐두고” 더욱 효과적으로 복음화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마음을 모으고 일치하기를 권고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

이례적으로 공항 활주로까지 나가 교황을 영접한 부시 대통령과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만남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이라크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분 동안 진행된 부시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그에 대한 존경, 생명, 혼인과 가정의 수호와 증진, 미래 세대의 교육 문제, 인권과 종교 자유, 지속 가능한 개발과 빈곤 및 만연한 질병과의 싸움 등이 그것이다.

교황은 백악관에서의 연설에서 자유를 수호하는 것은 덕, 자기 단련, 공동선에 대한 희생정신,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것은 시민생활에 대한 참여와 자신의 가장 깊은 신앙과 가치를 사회 공동의 문제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두 사람은 “무죄한 이들에 대한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어떤 종류의 테러 행위에 대해서도 완전히 거부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성명은 나아가 “인간 존재와 그 권리를 존중하는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해 테러리즘에 대항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과의 또다른 공통 관심사는 중동 평화 문제였다. 성명은 두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레바논의 자치권과 독립에 대한 상호 지지, 이라크의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이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한다는데 공감했다. 특히 교황과 부시 대통령은 “폭력의 종식과 이 지역의 위기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총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성명은 마지막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과 이주민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진설명
▶교황이 4월 19일 성요셉 신학교에서 열린 신학생들과 장애 젊은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애아동을 축복하고 있다.
▶9.11 테러 사건의 비극적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한 교황이 고인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holictimes.org

 

 

교황 미국 순방 화보·이모저모
 
기내 기자회견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5일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순방의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이번 순방 목적을 크게 두 가지, 즉 미국 교회 방문과 뉴욕의 유엔 본부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특히 유엔 방문과 관련해 직접적인 동기가 된 것은 유엔 인권 선언 60주년이라고 말했다.

성 추행 과오에 사과

교황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수 차례에 걸쳐 미국 교회 안에서 지난 6년 동안 큰 고통의 원인이 되어온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언급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교황은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부터 17일 워싱턴 내셔널 파크 스타디움 미사, 20일 양키스 스타디움 미사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 교회가 과오를 씻고 참된 참회와 화해, 일치로 나아갈 것을 호소했다.

나치 치하 청소년기의 고통

교황은 19일 뉴욕 인근 성 요셉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장애 젊은이 등을 만난 자리에서 나치 치하에서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청소년기에 대해 고백했다. 교황은 “나의 10대는 사악한 정권에 의해 훼손됐다”며 “나치는 신을 추방했고, 진리와 선에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나치는 괴물 그 자체였다며, 오늘날 자유를 누리는 젊은이들이 그 자유에 대해 감사하고 마약, 폭력, 빈곤, 인종차별 등으로 고통받는 현실의 개선을 촉구했다.

유엔 연설

18일 세 시간 동안 뉴욕 유엔 본부에 머문 교황은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인권 수호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인간의 기본권은 “단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며 또한 “문화, 정치, 사회 및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부정되거나 퇴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유엔 방문에서 한국 출신의 반기문 사무총장과도 만나 환담했다.

그라운드 제로 방문

9.11 테러 사건의 비극적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도착한 교황은 환호하는 군중들을 멀리한 채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서 있던 자리를 축복하고, 무릎을 꿇은 뒤 침묵의 기도를 바쳤다. 이 자리에는 참극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유가족, 뉴욕시 관계자 등 24명이 촛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서 있었다. 교황은 기도문을 통해 “사랑과 자비, 치유의 주님”께 “영원한 빛과 평화”를 달라고 청했다.

양키스 스타디움 미사

방미 마지막날인 20일 교황은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옥외미사를 거행하고 신앙 안에서 ‘나아가라’고 주문했다. 약 6만여 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봉헌한 교황은 “선조들이 물려 준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토대로 아메리카 교회는 다시금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4월 19일 성요셉 신학교에서 열린 신학생과 장애 젊은이 행사에서 한국 무용단이 교황 앞에서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17일 워싱턴 내셔널 파크 스타디움에서 거행된 미사 집전을 위해 교황이 입장하자 수만명의 신자들이 환영하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
▶교황이 부시 대통령의 극진한 영접을 받으며 공항에 나온 환영인파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교황 환영 인파가 손을 흔들며 교황의 미국 방문을 기뻐하고 있다.
▶미국 주교단이 교황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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