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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27일 야곱의 우물/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27 조회수869 추천수3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요한 14,15-­21)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전하는 공관복음에 비해 요한복음은 그분의 신원과 구원 활동에 관한 깊은 신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예수님 스스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같은 말씀입니다. 무려 다섯 장에 걸쳐 서술한 고별 담화(13-­17장)는 공동체의 일치와 형제애를 유별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곧 닥쳐올 이별을 앞두고 세상에 남아 있을 제자들에게 굳건한 믿음과 기도로 변함없는 사랑을 기약하신 예수님은(14,1-­14), 또 다른 희망을 약속하십니다. 제자들을 지켜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할 성령을 보내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당신이 겪으실 일도 보통 일이 아닌데 두고 가는 제자들 걱정으로 애간장을 태우십니다. 젖먹이를 떼어놓는 어머니 마음 같습니다. 다른 어느 대목 못지않게 예수님과의 긴밀한 친교를 느낄 수 있는 애절한 말씀입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15절)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 계명을 지키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감상적인 사랑이 아닙니다. 책임이 따릅니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 효력은 계명 실천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지킨다’는 것은 유의하여 마음에 깊이 새긴다는 뜻입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계명이 필요합니다. 사랑에 관한 예수님의 계명은 단지 의지로 완성할 수 있는 윤리적 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성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계명을 잘 지킨다는 조건 아래 성령이라는 선물이 주어집니다.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16절) ‘보호자(pa퉍vklhto")’는 네 복음서 가운데 요한복음에만 네 번 나오는 낱말입니다. ‘다른 보호자’라면 예수님 말고 또 다른 보호자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곧 우리가 울 때, 남에게 비난받을 때, 인생 밑바닥까지 떨어져 절망할 때 함께해 줄 협조자 성령을 말합니다.
또한 제자들의 믿음을 키워주고 제자들의 임무 수행을 위해 협조할 것입니다. 고별 담화 내내 강조되는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연대성은 사랑과 믿음을 뿌리로 하여 성령의 도움으로 강화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17절) 진리를 증언하고 제자들을 진리로 이끈다는 점에서 예수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진리를 세상에 계시하는 것도 성령의 몫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진리는 예수님 자신을 가리킵니다(6절). 예수님은 아버지께 건너가시더라도 성령을 통해 계속 활동하시고 제자들과의 친교도 지속하고자 하십니다. 차마 영영 못 떠나시고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 머무시려 하십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17절). ‘세상’이란 예수님을 배척하고 알아보지 못하는 무리를 대표합니다. 성령으로 인해 믿음의 공동체와 세상이 갈라집니다. 세상은 진리의 영을 받아들일 능력조차 없으니, 세상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18절) 스승 없는 제자들은 고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못내 아쉬워 발길을 떼지 못하십니다. 스승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승 없이도 씩씩하게 살아남는 법, 곧 닥칠 위기에 맞서는 법, 믿음의 공동체를 계속 꾸려가는 법을 터득해야 할 때입니다.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19절) 여전히 예수님을 배척하는 세상과 믿음의 공동체를 구분하십니다. 제자들은 성령을 받았기 때문에 성령을 알아볼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다시 예수님을 뵙게 되어 죽음도 예수님을 붙잡아 둘 수 없음을 목격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과 제자의 긴밀한 유대 관계는 죽음으로 끊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19절)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굳게 다짐하십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이겨내십니다.
 
재차 반복해서 새 계명을 예수님에 대한 사랑에 연결하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21절)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사람을 사랑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건 바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21절) 하느님과 예수님, 예수님과 사람,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사랑으로 맺어진 복잡한 인연은 이토록 강하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부활 이후 공동체는 사랑을 바탕으로 세워진 공동체요 사랑에 힘입어 성장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해 인간에게 가까이 오셨고, 예수님은 성령을 통해 인간 안에 머무십니다.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이 인간의 마음에 머무시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고 내적 힘을 주시는 협조자입니다. 성령에 힘입어 우리는 참된 자아를 찾게 됩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성령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직 미숙한 제자들을 두고 떠나시는 예수님의 애타는 심정이 구구절절 묻어나는 본문입니다. 믿음과 사랑과 계명으로 단단히 무장시키고 또 시키십니다. 제자들이 남아서 할 일들이 예사롭지 않을 뿐더러 예수님이 가신 그 길을 똑같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 대신으로 성령을 보내시면서도 다짐을 당부하십니다. 제자 교육에 마지막 열정을 다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바람직한 공동체 모습을 선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짝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이제 작별의 순간이 왔습니다. 제자들이 홀로 설 때입니다. 사랑으로 똘똘 뭉쳐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할 때입니다. 그분의 짝사랑에 보답할 때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만이 그들이 세상과 맞서 싸울 힘의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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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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