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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7 조회수483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요한 8,1-11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영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 죄를 있는 그대로 대면하기를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지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면 자비로운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신을 용서하시고 다시 시작할 힘을 주시리라고 굳게 믿기에, 죄는 미워하되 자기 자신은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영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하여 그 마음 안에 사랑을 품고 있지 않은 이들은 그러질 못합니다. 자신이 그런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고, 그런 자기 자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기만 그렇게 아프고 괴로워하는게 억울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자기를 향하던 화살을 타인에게로 돌립니다. 다른 사람이 더 큰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 자신을 단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지은 죄를 소상하게 밝혀서 더 크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작은 나의 죄는 아무 것도 아닌게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자기합리화’라고 부르지요.

 

‘간음을 저지른 여자는 돌을 던져 죽여야 한다’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선동에 흥분하여, 손에 돌덩이를 들고 그 여인을 죽일듯이 노려보던 군중들의 심리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이유로 간음이라는 큰 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사연이나 이유는 알 필요 없었습니다. 간음을 저지른 ‘현장’을 적발했다면서 왜 함께 간음을 저지른 남자는 쏙 빼놓고 여자만 끌고 왔는지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지금 자기들 눈앞에 있는 그 ‘탕녀’를 엄중히 단죄하고 처벌함으로써, 음욕을 품고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으로 수없이 간음을 저질렀던 자기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드는데만 신경 쓸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들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저지른 아흔 아홉가지 잘못만 바라보면 그를 용서할 마음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의 잘못을 거울삼아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자신이 저지른 작은 잘못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비로소 용서라는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돌덩이 한 두 개 정도는 품고 살아갑니다. 차마 던지지는 못하고 가슴에 품은 채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분노와 원망의 돌덩이, 상처와 미움의 돌덩이, 심판과 단죄의 돌덩이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품고 있는 돌덩이가 크고 많을수록 무겁게 짓눌려 괴로워지는건 나 자신입니다. 예수님은 군중들이 손에 든 돌덩이와 마음 속 돌덩이 모두를 내려놓게 하십니다.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 한 말씀으로, 그들은 자기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돌덩이들을 그 자리에 버려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손에 든 돌덩이를 그녀에게 던져 죽게했다면 그들의 마음 속 돌덩이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의 무게만큼 더 무거워졌을 겁니다. ‘나도 죄 많은 사람인데’, ‘아직 그 죄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데’라는 생각에 불안하고 두려워서 두 다리 뻗고 편히 잠들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용서받은건 그녀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서, 손에서 돌덩이를 내려놓은 그들 모두가 용서와 치유의 은총을 입은 것이지요. 우리도 마음 속에 누군가를 비난하고 단죄하고픈 욕망이 올라올 때마다 이 말씀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가 저지른 잘못을 내 마음 속 돌덩이를 내려놓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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